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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SPORTS의 로봇전투경기 <배틀봇> 인기 가속화

로봇판 <글래디에이터>

제이 르노와 <배틀봇> 창시자 그랙 먼슨

로봇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SBS SPORTS가 지난 1월17일 첫선을 보인 로봇전투경기 <배틀봇>(월 밤 9시)이 시작하자마자 케이블프로그램 7위에 등극하며 방영 한달째 쾌속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TNS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첫 방송 시청률이 0.236%를 기록한 데 이어 주간 시청률이 0.74%를 나타냈다. 지상파엔 명함도 못 내밀 수치지만 국내에 처음 소개된 점과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케이블이란 점을 감안할 때 꽤 좋은 성적이다. SBS SPORTS 역시 “생각보다 반응이 빠르다”는 평가와 함께 “<배틀봇>이 신종 스포츠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SBS SPORTS의 말처럼 <배틀봇>의 이런 인기는 기대 이상인 게 사실이다. <배틀봇>이 1999년 첫 개최된 뒤 정규리그 때마다 1천개 팀이 참가할 만큼 세계적인 로봇스포츠이긴 하지만 제대로 된 로봇스포츠를 접해본 적 없는 국내 시청자들에겐 아직은 생소하다. SBS SPORTS쪽은 “로봇스포츠가 뭐냐는 등 경기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생소한 만큼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귀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틀봇>이 방영 한달 만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새로운 스포츠의 등장이라 호평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틀봇>의 기대 이상의 흥미진진함이 포인트라 하겠다. <배틀봇>은 말 그대로 로봇들의 전투경기다. 두개의 무선 로봇이 등장해 3분 동안 치고, 박고, 싸운다. 이동불능 상태가 되면 심판은 30초 카운트로 KO나 TKO 판정을 내리고 3분 안에 승부가 나지 않으면 공격성, 피해 정도, 전략성을 기준으로 승자를 가린다. 인공지능로봇이 축구를 하고, 청소까지 하는 마당에 무선으로 조종되는 로봇이 뭐가 즐거울까 싶지만 예상외로 꽤 흥미롭다.

<제이르노 투나이트쇼>의 친킬러

평균 제작비가 3천만원에서 5천만원이 소요된다는 로봇들은 그 가격이 무색하지 않게 실제 전투로봇 버금가는 장치들로 중무장한다. 회전톱날로 상대로봇을 가르는가 하면, 집게 모양으로 뒤집어엎는다. 공기압을 이용한 해머로 내려치기도 하고, 집게로 찍어버리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유저들의 철저한 설계 아래 제작된 것이란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배틀봇>의 국내 상륙을 담당한 브릿지에이전시쪽은 “과학기술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최첨단 로봇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로봇스포츠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라 자신한다. 아레나(경기장) 자체에 숨어 있는 비밀병기도 경기의 박진감을 높인다. 자신의 무기를 이용해 상대로봇을 파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물을 적절히 이용하는 전술도 필요하다. 브릿지에이전시쪽은 “로봇의 테크닉이나 무기도 중요하지만 개발자의 전략과 기술이 어우러져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로봇들은 라이트급(27.1kg 이하), 미들급(54.3kg 이하), 헤비급(99.6kg 이하), 슈퍼헤비급(154kg 이하)으로 세분화되는데 체급별로 경기를 관람하는 재미도 색다르다. 씨름이나 실제 레슬링처럼 자신이 출전하고픈 급에 맞추어 몸무게를 조절하기도 하고, 새로운 무기를 달아 급을 높이기도 한다. 홍보담당자는 “실제 사람이 하는 경기와 비슷한 룰이 적용된다”며 “보다보면 단순히 로봇이란 생각이 들지 않아 재미를 더한다”고 말한다.

로봇경기긴 하지만 화려한 유저들도 <배틀봇>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배틀봇>이 미국에선 가족스포츠로 일반화되어 있지만 화려한 유전들이 출전하기로 유명한 경기다. <맨 인 블랙> 특수담당자를 비롯해 루카스필름 특수효과제작팀이 매년 출전하는가 하면, 미 항공우주국 공학박사, 유시버클리, MIT 공대생들도 만날 수 있다. 이들이 제작한 로봇들은 전문성을 포함해 당연히 화제가 되고 있는데 조지 루카스 팀의 메카톤과 스네이크가 <배틀봇>의 스타로봇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첨단을 달리는 전문가들 외에도 승패를 떠나 관객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등장하는 로봇들도 많다는 사실이다. 토크쇼 진행자 제이 르노의 경우가 그렇다. 평소 열렬한 <배틀봇> 신봉자인 그는 팀을 만들어 출전을 한다. 친킬라라 이름 지은 로봇 역시 자신의 특징처럼 턱을 길게 해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매번 예선 탈락이다.

이러니 로봇과 오락을 적절히 혼합한 <배틀봇>을 향한 팬들의 시선은 상상 이상이다. 팬들은 로봇을 단순히 로봇이라 생각지 않는다. 실제 이종격투기를 보듯 뜨거운 사랑을 퍼붓는다. SBS SPORTS 방영분에서는 편집되었지만 <배틀봇>이 방영됐던 미국 케이블TV 코미디센트롤 프로그램을 보면 플레이보이 모델들이 직접 출연해 팬들과 인터뷰도 하고, 자신이 응원하는 로봇을 위해 플래카드를 만들어오기도 한다. 이런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스타로봇들은 완구로 제작되는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되기도 한다.

이런 <배틀봇> 경기를 두고 과격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식상한 스포츠에 지친 국내 시청자들에겐 간만에 만난 단비 같은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SBS SPORTS를 통해 방영되는 경기는 1999∼2000년까지 열린 정규리그 중 최고의 명장면만을 엄선한 것이니 <배틀봇>의 박진감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어쨌든 <배틀봇>은 백문이 불여일견인 프로그램이다. 구구절절 이야기 대신 일단 한번 보길 권한다.

킬러허츠 vs 오메가 13의 경기장면

나이트메어의 경기장면

SBS SPORTS가 추천하는 시합

<배틀봇>의 매력에 빠져보아요~

SBS SPORTS에서는 지난 1999(시즌1)년부터 2002(시즌4)년까지의 경기를 시즌4부터 방영 중이다. 한 시즌당 약 60개의 경기가 펼쳐질 예정이니 통틀어 대략 240경기인 셈. 그 많고 많은 경기 중 <배틀봇>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이 경기를 특히 주목해보길 권한다. 위에서 말한 <배틀봇>의 매력이 전부 담겨 있다.

2월21일 슈퍼헤비급 챔피언 토로 <배틀봇>을 알고 싶다면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로봇이다.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스타로봇답게 경기 자체가 박진감 넘친다. 상대방이 황소 같은 거구의 만만치 않은 로봇임에도 불구하고 KO로 이기는 장면은, 전율이 느껴질 정도.

2월28일 바이오헤저드 대 나이트메어 바이오헤저드의 경기는 다 재미있다. 해비급 로봇인데 경기마다 챔피언을 거머쥐는 모습이 진정한 로봇전투를 느끼게 한다. 상대로봇인 나이트메어 역시 손꼽히는 로봇. 커다란 톱니바퀴로 상대방을 가르는 모습은 영화 <나이트메어>를 보는 듯 섬뜩하다. 두톱이 만난 경기니 놓치면 아쉽다.

2월28일 컴플리컨트롤 대 배드애티튜드 말 그대로 완벽하게 상대방을 제압하고 컨트롤한다는 컴플리컨트롤의 경기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흥미도가 천차만별이다. 28일날 맞붙은 배드애티튜드와의 경기는 볼 만한데 자신의 무기인 집게를 이용해 상대방을 집어 뒤집는 기술이 통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