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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의 탐미적 멜로, <돌스>

EBS 2월26일(토) 밤 11시

어느 비평가는 1990년대 일본영화에서 기타노 다케시의 존재를 ‘사건’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TV와 영화를 오가며 독자적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그에 관한 적절한 표현이 될 것이다. <돌스>는 기타노 다케시의 필모그래피에서 첫 번째로 본격적인 멜로영화로 꼽을 만한 작품이다. 다른 어느 기타노 영화보다 탐미적 기운이 짙다는 점에서 <돌스>는 기억할 가치가 있다. 마츠모토는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사장 딸과 결혼을 하려 한다. 마츠모토의 연인인 사와코는 실연의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이 이상해지고 소식을 전해 들은 마츠모토는 식장을 박차고 나온다. 마츠모토는 사와코와 자신의 몸을 끈으로 연결한 뒤 길을 떠난다. 마츠모토와 사와코는 여행 도중 처지와 비슷한 커플들을 스쳐 지나가게 된다.

<돌스>에 등장하는 커플들은 실패한 사랑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은 어떻게든 운명의 끈을 잇기 위해 스스로의 몸에 상처주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 것이다. 이렇듯 애잔한 기운이 넘치는 드라마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영화 시작 그리고 마무리를 일본 분라쿠의 형식을 빌려와 모든 에피소드가 인형극의 일부분인 것처럼 꾸며내고 있는 점이다. 무표정한 인형들이 등장하는 분라쿠처럼 하나의 줄로 서로를 묶은 연인들처럼 <돌스> 속 인물은 예정된 운명을 향해 걸어가야만 한다. 이는 <하나비> 등의 작품에서 죽음과 폭력미학의 필연적인 만남을 역설했던 기타노 감독의 영화답다.

일본의 사계절을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는 영화장면, 그리고 인물들의 사랑의 은유로서 색과 디자인을 선택한 야마모토 요지의 의상은 눈여겨볼 만하다. 기타노 다케시 영화로서 감독 자신이 출연하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다. 오시마 나기사의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에서 배우로 데뷔한 기타노 다케시는 이후 영화감독으로 일했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구분되는데 <하나비>와 <소나티네> 등 일상에서 돌연히 벌어지는 참혹한 사건과 약간의 유희적인 기법이 가미된 철학적 범죄영화의 범주, 그리고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등의 애잔한 장르물이다. 비교적 최근작인 <기쿠지로의 여름> <브라더> <돌스> 등은 전작들보다 처진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일본 전통 시대극을 리메이크한 <자토이치>(2003)가 관객에게 상업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기타노 다케시의 행보는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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