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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슴을 꿰뚫을 포크 록 화살, 싸지타 <헬로우 월드>

퀴즈 하나. 싸지타(Sagitta)는 무슨 의미일까. 화살자리란 뜻이다. 퀴즈 둘. 이와 관련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가니메데와 엮기 위해 제우스에게 쏜 ‘에로스의 화살’, 프로메테우스를 구하기 위해 독수리에게 쏜 ‘헤라클레스의 화살’,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번개를 만든 키클롭스에게 쏜 ‘아폴로의 화살’로 상이하다. ‘각각 장난스런 사랑의 화살, 정의의 화살, 분노의 화살’이라고 부연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이런 퀴즈도 가능할 듯하다. 음반 <헬로우 월드>의 혼성 듀엣 싸지타의 멤버는 누구인가. 정답은 한국 인디 신의 1세대 밴드 코코어의 리더로 10년 가까이 활동해온 이우성과 디자이너, 공연 기획자, 파티 플래너로 활동해온 이정은이다. ‘이우성과 이정은은 부부 사이’라고 센스있게 덧붙인다면 보너스 점수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싸지타란 작명은 ‘사랑의 화살’이란 의미를 염두에 둔 것일까. 흘낏 음반을 들어보면 그렇다. 예컨대 <너의 이야기>는 ‘어느 새 내 안에 들어와 집을 짓고 미로 같은 길을 내고 별이 되어 빛을 내는 너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따스한 포크 록 연가(戀歌)이고, <옛날 옛날에>는 ‘소년과 소녀의 애틋한 사랑과 비극적 이별’의 스토리텔링이 에드거 앨런 포의 낭만적 서정시를 연상시키는 켈틱풍 발라드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정의와 분노의 화살’은 아니지만, 비판적 메시지와 허무주의적 정서가 다른 한축을 이루기 때문이다. <옛날 옛날에>의 비극적 서사가 전쟁과 징집에서 비롯되는 점은 상징적이다. 종교, 국경, 소유에 대한 비판적 허무주의를 드러내는 <Mr. Nobody>, 투명한 해파리를 어두운 톤으로 감정이입하는 <Jellyfish>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음악적으로는 1960년대 포크 록의 영향이 짙게 깔려 있다. <Hello World>는 마마스 앤 파파스, <Jellyfish>는 닉 드레이크를 떠올리게 하며, 시타르가 쓰인 <남극의 밤>도 1960년대 라비 샹카를 상기시킨다. 이 완연한 복고풍 포크 음반은 이우성을 ‘커트 코베인 같던’ 모습으로 기억하는 이들에게 뜬금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그동안 포크와 컨트리 성향을 심심찮게 선보여온 점을 기억한다면 생뚱맞아 보일 이유는 없다. 하지만 현재의 음악 신에서 이례적이고 이색적인 음반임은 분명하다(이 음반에는 영화 <거울 속으로>의 감독 김성호가 만든 전곡 뮤직비디오가 DVD에 담겨 동봉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