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2월18일(금) 밤 12시55분
지금 우리 사회처럼 의사소통 불능에 빠진 경우가 있을까? 사회 각계각층이 자기주장만을 되풀이하며, 점점 갈등의 고착 상태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여기 이 영화들은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족들도 의사소통 불능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할아버지 10주기(무슨 10주기인지 확인!)를 맞아 모인 가족들의 화해할 수 없는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낸 <견딜 수 없는 것>은 모이기만 다투는 가족의 단면을 침착하게 보여주며 관계의 공허함을 드러낸다. 아슬아슬한 그들의 관계는 단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 그 끈을 놓치는 것은 순식간이다. 감독은 의도적인 단락구성을 통해 주제에 점진적으로 접근해가는 솜씨를 보여준다. 스타가 되기 위해 전국노래자랑에 나가겠다는 부질없는 철부지 아들과 계속 기침을 해대며 자신의 수의를 어루만지는 아버지의 갈등을 다룬 <기침>은 세대간의 불협화음과 소통의 부재를 씁쓸하게 드러내고 있다. 아들은 반성하지만, 그들의 관계가 다시 복원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두 작품 모두 진심은 그렇지 않음에도 결국 소통의 어려움에 봉착하고 마는 가족 구성원의 무기력을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