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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타이틀] 빈센트 갈로의 칸 스캔들, <브라운 버니>
조성효 2005-02-04

특성상 스캔들을 만들기도 하고 상영작 프로그래밍을 통해 잠재적인 문제작 한두개를 의도적으로 배치하기도 하는 것이 영화제다. 선댄스에서 데뷔작 <버팔로 66>으로 발견된 빈센트 갈로가 칸에서 <브라운 버니>로 또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칸영화제 사상 최악의 영화”라고 악평한 로저 에버트와의 설전으로 칸의 스캔들이 된 것이다. (여기부터 스포일러 있음.) 내면의 상처를 간직한 모터사이클 레이서 버드는 여행 중 만난 여인들과 짧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그런데 이것이 상영시간의 2/3 이상을 차지한다. 그동안 <브라운 버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데이지(클로에 셰비니)와의 격렬한 펠라치오 뒤 울먹이는 버드의 회상을 통해 그녀가 이미 유령이 되었으며 파티 중 <키즈>에서처럼 윤간당했음을 알게 된다(그녀가 마약으로 질식사한 건지 버드가 교살한 건지는 불명확하다).

그런데 막상 <브라운 버니>가 지난해 9월 개봉하자 로저 에버트는 이 영화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었다. 갈로는 이 영화를 재편집하여 북미 개봉시켰던 것이다. 칸영화제 이후 에버트는 빈센트 갈로와 화해했지만 칸에서의 혹평이 정당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칸 버전이 DVD에 담기길 원했다. DVD는 제작비를 투자한 일본의 키네틱사가 최초 발매했는데 칸 버전은 없지만 (갈로가 담았을 리 없지 않은가?) 감독 코멘터리가 담겼다. 여기서 갈로는 “칸 버전은 편집이 끝나지 않은 미완성 상태였으며 일본 제작자가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제출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상당 부분 칸에서의 험악한 분위기를 이야기하는데 수천번의 야유와 수백명이 상영 중 자리를 떠나는 광경,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잭슨 프랭크의 <Milk and Honey>가 들리는 장면에서는 “감독을 죽여라!”는 외침까지 나왔다며 울먹인다. <LA타임스>와 <LA위클리> 등의 여성평론가를 헐뜯다가도 어려서부터 부모의 꾸짖음에 익숙해졌다며 자위하기도 한다. 더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했지만 자신은 출연하지 않는,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를 연출하고픈 희망을 피력하기도 한다. 새로운 <브라운 버니>는 <버팔로 66>만큼 멋지진 않지만 그렇다고 실망스런 수준도 아니다. DVD에는 영어자막이 없지만 대사가 거의 없어 이해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일본판인 만큼 펠라치오 장면이 모자이크 처리된 것이 아쉽지만 이번 코멘터리는 일본판용으로만 녹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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