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증 있는 것들은 모른다. 어디 가려고 해도 “민증을 보이라”는 바람에 쓸쓸히 돌아서서 몸에도 안 좋고 살만 뒤룩뒤룩 찐다는 ‘패스트푸드’점으로 가야 하는 이 심정을. 민증 있는 것들은 모른다. 뭘 사려고 해도 “민증을 보이라”는 바람에 쓸쓸히 돌아서서 여느 으슥한 골목길에 위치한 구멍가게를 기웃거려야 하는 이 심정을. 민증 있는 것들은 모른다. 똑같이 일하고도 “민증을 보이라”는 바람에, 시간당 1천원이나 싼값에 일하며 그것도 웬만한 데는 써주지도 않아 짜증이 텅 빈 지갑을 후벼파는 이 심정을. 민증 있는 것들은 모른다. 우리더러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지만, 실은 우리는 ‘진탕 놀고’ 싶은 시기라는 것을. 민증 있는 것들은 모른다. 우리도 생각이 있고, 우리도 알 만치 다 안다는 것을. 민증은 있으나, 감옥에 살고 있는 열아홉살을 제외한, 진정코 민증 있는 것들은 모르고 민증 없는 우리만 아는 1318세대, 18살 女girl들의 세계!(음흉한 아저씨는 입장을 삼가주세요)
휴대폰은 필수, 화장품은 기본, 아르바이트는 필살적으로 하는 1318 라이프
(※다음 내용은 최대한 표준어와 고운말로 교정됐습니다.)
난 이 땅에 핸드폰을 위해 태어났다.
00월00일 날씨: ? 친구들이 문자를 날렸다. 연말인데 뭐할까? 엄마는 고1 겨울방학이 중요하고 어쩌고 난리다. 아빠가 의사라고 나까지 의사 되란 법이 어디 있나 모르겠다. 의사 딸은 의사 하라고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써 있나?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내 의사는 의사가 아닌데. 우리반에 의사, 변호사 하겠단 애들이 꽤 된다. 쳇, 친구들이 스키장 간다는데, 나도 가고 싶다. 친구들하고 간다면 엄마가 허락할까? 핸드폰도 바꿔주면 좋겠다. 나도 ‘가로본능’이나 엠피스리폰 갖고 싶다. 저번에 그거 사달라고 했다가 죽을 뻔했다. 지금 있는 핸드폰은 핸드폰이 아니냔다. 핸드폰이 다 같은 핸드폰이 아니란 걸 엄만 모른다. 아니, 우리반에 핸드폰 없는 애가 있는 줄 아나? 엄마한테 다 있다고 뻥쳤다. 그러고보니 우리반에 민주만 없나? 엄마는 문자 날리는 만큼(내 손가락이 안 보인다고) 영어 문자 공부를 하면 어떻겠냐고 하는데, 천만에다. 쳇, 유진이한테 문자나 날려야겠다. 그런데 문자만 무제한 말고, 통화 시간도 무제한으로 해주면 안 되나? 난 정액제가 싫다.
펌: 래핑보아 강은경 과장 | “영화 가 메인 타깃이 10대라 모바일 문화를 많이 이용해요. ARS나 010 휴대폰 번호로 전화하면 배우 목소리 듣고 영화 노래 듣게 하고요. 아이들이 문자 보낼 수 있고, 문자 보내면 피자 배달해주는 이벤트도 하려고요. 아이들이 메시지 문화에 익숙해서요. 또 10대가 참여하고 자기 의견 제시하는 걸 좋아하는 리플 문화에 익숙해요. 인터랙티브를 좋아하죠. 그래서 직접 촬영이나 인터뷰 현장에 오게 하고 글쓰게 ‘제이제이 매거진’의 명예기자단을 꾸리고 그랬어요. 또 블로그를 만든 건, 싸이월드보다 인터랙티브 문화에 블로그가 더 맞는 시스템이어서예요.”
나도 알바할 줄 안다. 증도 있다
00월00일 날씨: 열라 춥다 유란이가 버디로 말했다. 봤단다. 다운받았냐니까 이것이 CGV에서 봤다는 거다. 어, 돈 많네? 놀렸더니 그런다. “남친이 냈어.” 그래, 미안하다. 나 남친 없다. 그래, 미안하다. 난 다운받았다. 돈 있거나 남친 있는 것들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남친도 없고 돈도 없는 예쁜 것들은 나같이 집에서 다운받아 본다. 쳇 쳇 쳇. 버디 ‘친구 찾기’나 할까보다. 뭐 그것도 밤엔 귀찮긴 하다. 밤만 되면 온갖 쪽지가 날아오는데 짱난다. 어떻게 내가 예쁜 건 알아가지고. 수정이한테 문자나 보내야겠다. 내일 KFC 가자고 해야지. 우씨, 알바 구해야 하는데. 지윤이가 저번에 전단지 돌리고 얼마 받았다고 했지? 맞다. 500장당 5천원인가, 6천원인가. 맞다. 집집마다 돌리면 많이 받으면 1만2천원인가 받는단 거 같다. 까먹었다. 문자로 물어봐야지. 뭐니뭐니해도 은행 같은 데서 핸폰이나 정수기 광고 하는 게 제일이다. 대학생 학생증이… 맞다. 아영이 거다. 아영이한테 빌려달래서 그거나 할까? 아무튼 아영이는 대단하다. 별걸 다 만든다. 하긴 대학교 학생증 있으면 알바비가 달라지니까. 나도 하나 있었음 좋겠다. 똑같이 일하고 시간당 1천원이나 더 주잖아? 걔네는 알바로 돈 벌더니 저번에 동대문 갔다. 아, 나도 옷 사고 싶다. 쳇, 꽃이나 심으러 가야겠다.(역주: 담배 피우러 간다는 뜻)
펌: 버디버디냐? msn이냐? 인천 옥련여고 1학년 신민주 | “싸이는 하긴 하는데 버디버디 많이 해요. 동네 친구 찾고 쪽지 보내고. 싸이는 미니홈피만 하고 버디는 애들끼리 대화하고. msn 뭔지도 모르는 애들도 있어요. (msn 메신저) 알긴 아는데, 어떻게 쓰는지 몰라요. 나도 버디버디 하는데. 여자애들은 밤에 들어가면 남자애들이 문자 보내서 안 해요. 밤엔 쪽지 씹고 그래요.” 서울 선린인터넷고 1학년 박소영 | “msn은 문장이 쭉쭉 이어져 끊기 부담스러워요. 창이 뜨니까 어디서 끊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버디는 짧은 얘기하는데 좋아요.” 서울 여의도고 1학년 서지승 | “저도 버디버디 해요.”
나도 뽀뽀할 줄 안다
00월00일 날씨: 모름 반 애들이 베이비 로션 사느라 난리다. 은서 말이, 인터넷 얼짱 남자애가 그랬단다. 자긴 베이비 냄새나는 여자애가 좋다. 그래서 애들이 베이비 로션 사느라 저리 지랄이었구나. 왜 그렇게 걔 보고 좋아 난리인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별론데. 지금 쓰는 립글로스도 맘에 안 드는데, 바꿨음 좋겠다. 내 건 ‘미샤’하고 ‘더 페이스’ 건데, 짝꿍 유민이는 ‘틴트’ 것이 더 좋다나? 하긴 우리반 애들은 틴트 쓰는 애가 많다. 유민이 말로는 립글로스가 반짝반짝하고 끈적거리지만 틴트는 바르자마자 싸악 말라서 끈적이지 않는다나? 입술 색깔만 빨개지고. 남친 있는 아영이 말로는 립글로스를 쓰면 뽀뽀할 때 남친이 싫어한단다. 끈적인다고. 그래서 자긴 끈적이는 글로스는 안 쓴다나 뭐라나. 남친 없는 거 알면서 일부러 나 들으라고 그러는 거다. 그래, 넌 뽀뽀도 하고 좋겠다. 절라 짱난다. 매직이나 해야겠다. 다 풀어져서 부스스하다. 귀도 한개 더 뚫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간지 짱인데. 까딱하다 아빠한테 걸리면 죽음이지만. 귀 좀 뚫는 거 같고 왜 그리 난리인지 모르겠다. 아빠 어렸을 때는 날라리나 귀뚫었다나? 요즘 귀 안 뚫는 애들이 있는 줄 아나? 우리반에 네개 뚫은 애도 있다. 위에는 조그맣고 착 달라붙는 걸 하고 맨 아래에는 링을 하는 거다. 우리집은 어떻게 엄마보다 아빠가 더 난리냐?
펌: ‘THE FACE SHOP’ 홍보팀 조상현 주임 | “10대들 주로 찾는 화장품은 기초보단 색조 위주예요. 또 일반 화장품보단 비누나 겨울철 립밤 같은 걸 찾아요. 가격 비싸지 않고 갖고 다닐 수 있는 걸 많이 선호하죠. 또 용기가 깜찍한 걸 좋아해요. 요구르트 팩이나 립글로스가 10대들이 주로 찾는 겁니다.”
1318 vs 1924
고딩과 대딩 이렇게 다르다
1. 1924가 오프라인 세대라면 1318은 온라인 세대. 2. 1924가 야채, 웰빙 먹을거리로 슬슬 넘어간다면 1318은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세대. 3. 1924가 msn 메신저라면 1318은 버디버디 메신저. 4. 1924가 나만의 독특한 글로벌 브랜드라면 1318은 동대문이나 중저가 브랜드. 5. 1924가 전반적인 옷차림에 신경쓴다면 1318은 무엇보다 신발에 신경쓴다(교복세대). 6. 1924가 개인적인 놀이에 열중한다면 1318은 또래문화 공통된 것에 열광. 7. 1924가 취업이 문제라면 1318은 성적과 부모님이 문제. 8. 1924가 전체 메이크업과 파우더에 집중한다면 1318은 오로지 립글클로스. 9. 1318이 싫어하는 건? 성적 갖고 차별하는 것. 술 못 먹게 하는 거. 간섭하는 거(제발 냅둬!).
통계와 조사로 알아본 10대들이 열광하는 것, 10대들을 살게 하는 것
우리나라 2004년 10~19살 인구는 656만명가량이다(통계청 자료. 월평균 용돈은 8만3천원(한국방송광고공사 MCR리포트)). 10대라는 이름으로 묶어버린 이들은 어떤 인간들인가? 10대 성향 대열전.
‘Fun Producer’라는 이름의 재미 연출자
TTL과 TING 광고를 대행하는 화이트커뮤니케이션과 같은 계열사인 화이트넥스트의 ‘문화산업팀’은 일찍이 세대별 트렌드에 주목했다. 화이트넥스트와 화이트픽쳐스를 총괄하는 강수현 이사에 따르면 1318은 한마디로 ‘Fun Producer’다. 1318은 fun을 중심으로 만들고, 공유하고, 확산시킨다는 거였다. “10대는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한다. 20대가 ‘나’에 포커스를 맞춰 자신의 개성, 자신의 인간관계, 자신의 꿈과 앞날을 준비하려고 노력하는 데 반해 10대는 어떤 것이 가장 재미있는지, 누가 가장 재미있는지에 비중을 둔다. ‘재미있는 것’을 찾고 스스로 어떻게 놀면 가장 재미있을까 고민한다.”
2003년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발표한 MCR리포트 (이지연)도 흥미롭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10대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재미를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TV 시청 이유를 묻는 질문만 해도 20대 이상이 흥미, 오락을 위해(31.6%), 습관적으로(29.5%),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25.8%)였다면 10대는 흥미, 오락을 위해서(66.8%)가 압도적이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식성도 다르다. 20대는 육류보다 채소를 좋아한다. 웰빙 푸드랄까? 하지만 10대는 대다수가 채소보다 육류다. 또 인스턴트 음식을 즐긴다.
셀프 메이킹 & 新공산주의?
화이트 강수현 이사에 따르면 1318은 ‘셀프-메이킹’ 세대(스타, 문구, 언어, 규칙 만들기)요, ‘공유-나눌수록 재밌다’ 세대다. “‘1318 新공산주의’라고 부를 만큼, 이들에겐 ‘내 것, 네 것’이 없다. 엄마한테 핸드폰 살 돈 받아내는 법부터 키스하는 법까지 온갖 노하우를 공유하고, 만화부터 일본 드라마까지 취향을 공유한다. 또 친구들끼리 예쁜 옷이나 액세서리를 같이 사서 빌려쓰고 016 사용자는 서로 ‘알’을 빌려주기도 한다(문자나 음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알’).” 이러니 놀이문화도 같을 리 없다. “1318이 온라인이 중심인 데 반해 1924는 오프라인으로 많이 옮아간다. 파티에 열광하고 홍익대 클럽을 즐겨 찾는 게 대표적이다. 한달에 한번 열리는 ‘클럽 데이’는 현재 매번 6천명 이상이 북적댄다. 경제관념도 다르다. 1318의 경제관념은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또래 사이의 친밀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반면에 1924는 아르바이트도 돈을 얼마나 많이 주냐보다 자신에게 ‘경험’이 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선호한다. 또 쓰는 것도 많이 쓰지만 ‘돈 잘 쓰는 구두쇠’ 같은 모습을 보인다. 문화생활에는 아낌없이 투자하고 대부분은 먹는 데 쓴다.”
그래서 탄생한 게 ‘TTL’과 ‘TING’이다. TTL 처음 카피가 ‘처음 만나는 자유’였다. ‘남들과 다른 개성있는 자아로서의 나’를 추구하는 1924세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 위에 탄생한 거였다. 반면 1318 문화의 핵은 바로 ‘학교’ 그리고 ‘반’(class)이다. 반이라는 집단에 개인 성향을 맞추어 나가는 또래문화다. 그래서 탄생한 게 팅 캠페인의 핵심을 이루는 ‘팅학교’ 컨셉이다. 그래서 팅 광고는 교실을 배경으로 폼나는 아이들 ‘집단’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