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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단편의 추억,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단편걸작선 Vol.1>
2005-01-21

해안도시도 아닌데 여름만 되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리는 부천의 여름은 신기한 시네마 천국이었다. 그런데 그곳을 찾는 관객 중 많은 수는 부천영화제의 진정한 매력이 단편영화에 있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도그마에 빠진 대부분의 장편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자유로움에서 앞서는 단편이 판타스틱영화제의 요구에 부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간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된 단편 중 관객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낸 아홉편을 모아놓은 DVD가 나왔다. 행여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 빠졌을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기획자의 선택이 돋보이는 아홉 작품은 정말 ‘악!’ 소리가 나올 정도로 멋진 것들이다. 꿈꾸던 것을 보여주고 기발한 이야기란 이런 것임을 알려주는 작은 단편 하나하나에 새삼 놀라게 되는데, 그중 삶의 신비함에 다다른 경지를 보여준 피요르트 샤페긴의 두편의 영화를 추천한다. 두개의 부록이 앙증맞다. 일상과 판타지의 경계를 기막히게 잡아낸 2004년 부천영화제 트레일러 전편과 영화제 기간 중 벌어진 일들을 빼곡히 담은 20여분의 동영상이 영화만큼 재미있다.

부천영화제와 관련해서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이다. 모름지기 축제란 모두를 위한 것이지만, 찬물을 끼얹는 불청객이 반가울 사람은 없다. 이 DVD를 통해 자유롭고 즐거웠던 축제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났으면, 영화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DVD는 인디스토리 홈페이지에서 구입 가능하다.

글: ibu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