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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이처럼 녹아드는 보컬의 매력

혼성 듀오 혹은 그룹 중에서, 여성은 보컬, 남성은 연주와 곡 창작으로 역할분담하는 편성이 적지 않다. 조금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바, 삐삐밴드, 피치카토 파이브 등 심심찮게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자체적으로 곡 창작과 연주를 소화하는 이들 혼성 듀오나 그룹(여성 보컬을 앞세운 록 밴드는 제외)의 음악은 다수의 솔로 가수나 그룹의 음악과는 어딘가 다른 인상을 주곤 한다. 최근 이런 혼성 2∼3인조를 자주 접할 수 있는데, 지난해 디사운드, 클럽 8, 스윙잉 팝시클, 스완 다이브, 포츈 쿠키 등의 음반이 발매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몬디알리토는 위와 같은 맥락에 있는 일본의 혼성 듀오로, 준코는 보컬을, 후에오카는 곡 창작과 사운드메이킹을 담당한다. 지난 세밑에 라이선스 발매된 <Note of Dawn + Avant la Pluie>는 이들의 미니 앨범(EP) <Note of Dawn>(2002)과 <Avant la Pluie>(2004)를 하나로 묶은 것. 사전정보 없이 듣는다면 캐나다나 프랑스의 인디 팝쯤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가사는 영어와 프랑스어 일색이고 곡조와 사운드도 시쳇말로 ‘닛폰필’(Nippon feel)이 없다. 제이팝과 모던 록을 즐겨들어온 이라면 ‘살살 녹이는’ 준코의 보컬에서 ‘일본산’을 유추할 수 있을 테지만.

낭만적인 프렌치 팝과 차분한 인디 팝이 세련되게 결합된 이 음반에는 싱그러운 느낌의 <Rainy Green Grass>, 보사노바 넘버 <Le Temps Bas>, 클럽 8의 요한 앙에리아르드가 참여한 <Last Sleep of a Boy>, 고즈넉한 피아노 타건이 인상적인 <Avant la Pluie> 등 깔끔하고 무드있는 팝 넘버들이 가득하다. 준코의 가녀리고 롤리타적인 보컬은 멀리는 제인 버킨을, 가까이는 케렌 앤을 연상시킨다. 기타와 건반은 차분하게 반짝이고 스트링은 서정적으로 울려퍼지며 드럼은 꼭 필요할 때만 조심스럽게 개입한다. 어쿠스틱 악기 중심이지만 일렉트로닉한 음향과 비트가 적절히 첨가되어 있다. 모리타 도오지의 1970년대 히트곡에 프랑스어 가사를 붙인 <Notre Echec>(우리의 실패)과 명곡 <Moon River>의 커버는 이들 1979년생 동갑내기가 왜색(倭色)과 미색(美色)을 각각 어떻게 ‘이국적으로’ 소화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트랙들. 오는 1월21일 스윙잉 팝시클과 함께 내한 공연을 가질 예정이니, 직접 ‘현장’에서 느끼고 싶은 이들은 참고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