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온 플러스 1월21일(금) 밤 11시
아, 들리는 건 신음이요, 보이는 건 살이구나. 남는 것은? 한숨뿐이로다. 16㎜ 에로물은 항상 이런 후회를 동반한다. 한데 언제부턴가 16㎜ 에로물에도 ‘급’이 있다는 풍문이 들려온다. 16㎜ 에로물 마니아들은 제대로 된 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겉표지 대신 ‘감독’ 이름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들이 추천하는 감독 1순위는 과 OCN의 TV영화 을 만든 봉만대 감독이다. 봉만대는 탐욕스러운 시선과 작위적인 신음소리로 상징되던 에로비디오를 어떻게 만들었기에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캐치온 플러스는 지난 1월14일 을 시작으로 ‘봉만대 감독 특집전’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은 와 를 매주 금요일 밤 11시 안방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일부 마니아들은 그가 왕가위 감독이 자주 사용하는 촬영스타일(고속 촬영, 스텝프린팅 등)을 에로영화에 도입했다는 점을 들어 그를 추켜세우기도 한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에서는 다른 에로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세련됨’이 느껴진다. 이는 다른 영화들이 무작정 ‘벗고, 하는’ 데 치중한데 비해 상황과 내러티브를 중시하는 봉 감독이 제작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의 자기 성찰과 반성의 마음이 깃든 는 그런 면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벌거벗은 채 자위행위를 하는 비디오 가게 점원남자와 AV영화 여배우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에는 한국 에로영화계에 대한 봉 감독의 아쉬움이 노골적으로 그려져 있다. 봉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에로영화로서는 드물게!) 배우와 제작자의 종속관계, 비디오 가게에서밖에 소비될 수 없는 에로영화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해냈다. 이는 성관계만을 담아내려는 대부분의 에로영화에 대한 일침일 수도 있고, ‘섹스 횟수와 강도, 음모 노출 여부’로 작품의 질을 평가하는 일부 마니아들을 향한 그의 섭섭함일 수도 있다. 집을 나와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그림에의 꿈을 잃지 않는 주인공 남자는 에로영화 감독인 봉 감독의 페르소나다. 그렇다고 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한 건 아니다. 주인공과 에로 배우가 나누는 정사신은 충분히 ‘야하다’. 다양한 체위, 절묘한 카메라워크는 기대 이상으로,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모자이크’로 인해 연상되는 야릇한 상상은, ‘상상력은 힘이 셈’을 다시금 확인해준다. 는 상업성과 작품성을 절묘히 섞는 것 역시 봉 감독의 남다른 재능임을 알게 해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