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표>가 돌아온 지 한 달이 넘었다. 벌써부터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성공담이 들려온다. 지난 15일치 방송이 기록한 가구 시청률 19.0%(닐슨미디어리서치, 티엔에스미디어코리아는 17.6%)는 1기 30여개월의 평균 가구시청률 15.4%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굳이 시청률을 들먹이지 않아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무척 뜨겁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겠다. ‘눈을 떠요’가 ‘국내 각막’을 이용할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오는 한편, ‘남북 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대회’는 답답한 스튜디오를 벗어나, 금강산을 거쳐 평양까지 간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빅 브라더’ 가능성을 지적받는 ‘찰칵찰칵’까지 몇몇 문제점을 극복하고 확실한 자리매김에 성공한다면 2기가 보여줄 사회적 영향력은 상상하기가 어려울 듯하다.
‘눈을 떠요’ 안방 눈물바다
“각막 기증하겠다” 2천여명
‘의미와 재미’에서 모두 가장 크게 성공한 꼭지는 ‘눈을 떠요’. ‘눈을 떠요’를 향한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은 끝모를 각막·장기 기증 행렬로 이어졌다. 지난해 월 평균 각막 기증 신청자는 300여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가 캠페인을 시작한 지난 12월엔 2천여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기세를 몰아, 3월초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함께 올해를 ‘각막 기증의 해’로 선포하고, 최소한 6월 안으로는 ‘국내 기증 각막’으로 개안 시술을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미국과 캐나다의 각막은행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왔다. 기증된 각막은 반드시 4~5일 안에 사용해야 하는데다, 운송 거리도 멀고, 도착 시간 예상도 어려워 프로그램 제작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각막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사정은 나아질 듯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한해에 150~170건 시술되던 국내 각막이식 수술 건수도 대폭 늘어날 수 있다. 또한, ‘두 눈 실명자’이면서 ‘연소자’이고 ‘정밀 검사를 통해 수술 예후가 좋을 것’으로 진단받은 ‘집안 형편 어려운 사람’이라는, ‘눈을 떠요’의 각막 이식 대상자 선정 기준도 여유가 생길 것이다.
남북어린이들 북쪽문제 풀기
“남북 번갈아 문제내자 제안”
‘남북 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대회’도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남북의 어린이가 북쪽의 문제를 풀며 남북 교육의 이질감을 확인하고 줄여본다는 의도로 기획됐으나, 일부에선 남쪽 어린이들에게 문제가 너무 어려워 “심리적 거리를 벌려놓기만 하는 것은 아니냐”는 걱정이 일었던 터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은 남북이 번갈아 문제를 내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왔지만, 북쪽의 프로그램과 남쪽 스튜디오 장면을 합성한 것이라 운신의 폭이 좁았다. 연출자 김영희 피디도 “남북의 실제 만남이 어려워 답답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제작진은 ‘금강산 캠프’와 ‘평양 수학여행’을 추진 중이다.
결승전에 올라가 뽑힌 15명의 학생들과 2월말 금강산에서 캠프 형식으로 퀴즈 대회를 열고, 여기서 뽑힌 8명과 부모, 진행자 신동엽이 평양으로 수학 여행을 떠나 화면에서만 보아온 북쪽 학생들과 만나보고 북쪽의 학교도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실현될 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북쪽 관계자들이 ‘남북 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대회’를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비공식 루트로 듣고 있어 전망은 밝은 편이다.
폰카로 미담소개 ‘찰칵찰칵’
‘빅 브러더’ 부작용 등 숙제
‘찰칵찰칵’은 앞의 두 꼭지에 견줘, 더 많은 문제들을 지적받아 왔다. 가장 큰 우려는 ‘빅 브라더’ 가능성에 있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미담과 화제의 현장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나쁜 뉴스’ 아닌 ‘좋은 뉴스’를 보여주겠다는 구상이었지만, 100개 카메라가 항상 누군가를 마구잡이로 찍고 서울 한 가운데 대형 전광판에 소개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좋은 뉴스’가 거의 없는 탓인지, 계획과는 달리 ‘나쁜 뉴스’도 적지 않게 나왔다. 지하철 무임승차 장면이나, 소화기가 자물쇠로 잠겨 있는 모습 등이 그랬다. 게다가 작은 선행들이 작위적인 화젯거리로 전락될 위험성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피디는 “일단은 더욱 좋은 뉴스를 발굴하는데 집중해, 더욱 확실한 컨셉트를 가지고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획 의도대로 좋은 뉴스만으로 선별해 내보냄으로써 시청자들이 “우리 주위에도 좋은 일들이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 상반기 안으로 이 꼭지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면, 일대 변화도 시도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북쪽 어린이도 한반도의 미래”
‘평양수학여행’ 계획중인 김영희 피디
“북쪽을 경쟁 상대로만 보기 때문에 ‘남쪽 어린이가 불리하다’는 식의 반응이 나오는 겁니다. 어린이가 무슨 경쟁 상댄가요? 남북 어린이는 모두 똑같은 한반도의 미래인데요.”
휴일인 16일에도 김영희 피디는 바빠보였다. 한 달의 성공을 방증하는 듯 밝고 힘찬 목소리가 ‘남북 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대회’ 대목에선 좀 흥분한 듯했다. “북쪽 어린이를 직접 만나지 못하고 스튜디오에 갇힌” 답답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러나 ‘금강산 캠프’와 ‘평양 수학여행’ 계획을 털어놓을 땐, 밝음으로 돌아왔다. “북쪽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말할 때도 조심스러웠지만, 그의 희망은 무엇보다 절실하게 느껴졌다.
주위에서 그를 ‘공익적 오락프로의 선두주자’라고 추켜세우는 까닭이 여기서 나온다. 그러나 그는 “감성이 지극히 오락적인” 천상 예능 피디란다. 이 점 또한 를 ‘엄숙함’의 함정에 빠지지 않게 만드는 힘일 터다.
그럼에도 “사회적 의미를 담아야 한다”는 강요 아닌 강요는 때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0교시 없애기’ ‘청소년증 발급’ ‘범국민적 독서열풍’, 게다가 ‘각막 기증 캠페인’이 부담만으로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하지만 말이다. 역시 연예인 말장난식 오락프로가 판치는 방송계에서 가 독보적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까닭이다. “단순 재밋거리, 오락거리 이상의 의미를 ‘좋은 뉴스’에서 찾으려는 것”이 그와 제작진이 힘쓰는 지점이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프로그램은 뭘까? “온 가족이 함께 봐도 민망하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감동받고 ‘재밌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죠.”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도 울림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