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톨트 베르히트의 는 그 유명한 ‘살인자의 발라드’가 나오기 전 ‘거지가 구걸하고, 도둑은 훔치며, 창녀는 행인을 유혹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귀족과 신분제를 계승한 시민과 계급사회를 바라보는 브레히트의 눈은 그렇다. ‘시민사회에 대한 비판’이 주제인 는 이윤만을 추구하는 악하고 야비한 인간만이 살아남는 이곳을 노래한다. 초반부의 절정은 거지 황제의 딸과 강도 두목 매키스의 결혼식이다. 사제와 경찰청장이 참석하면서 타락한 시민사회가 유지되는 원리가 드러나며, 모든 사람은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어 ‘오페라에서는 한번쯤 자비가 법에 앞선다’는 구실을 내세워 어처구니없이 행복한 피날레로 연극은 막을 내린다. 문제는 ‘낯설게 하기’라는 베르히트의 의도와 달리 관객이 연극의 흥미진진한 전개에 빠져버렸다는 사실이다. 이를 개탄한 브레히트는 영화 대본에 비판적인 시각을 더 강조하려 했으나, 만들어진 영화에 분개해 제작사에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에 들어 있는 은 그 과정에 대한 언급이다). 그러니 브레히트의 의도대로 를 보기 위해선 연극을 보거나, 희곡(번역본은 절판됐다)을 읽거나, 음반(쿠르트 바일의 전도사인 우테 렘퍼가 참여한 게 있다)을 들어봐야 한다.
영화버전 에는 두 번째 선택이라는 운명이 드리워진 것이다. 그런데 는 다양한 예술형식에 더해 각기 다른 내용과 구성 때문에 미묘한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18세기 초 영국이 배경인 존 게이의 원작 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로 옮겨졌고, 언어는 독일어로 바뀌었으며, 바일의 노래가 더해지자 오페레타에 가까워 보였다. 그리고 다시 대사와 역할이 변형된 영화로 제작되면서 유성영화 초기의 한 경향에 따라 독일어와 프랑스어 버전 영화가 따로 만들어졌다. 같은 감독·세트·내용에 배우만 달랐던 것이다. DVD 또한 예전 (1931) DVD(한국판은 영어 버전만 수록)가 그랬던 것처럼 두 언어 버전을 다 수록하고 있다. 결국 에 접근하는 관객은 여러 이유에서 기인한 ‘익숙하지 않음’ 때문에 의도되지 않은 ‘낯설게 하기’를 경험하게 된다. 베르히트는 ‘한심한 졸작’이라고 했지만 사실 는 매력적인 영화다. 동시대의 걸작 (1946)을 살짝 뛰어넘고 50년 뒤의 에 근접하는 일흔살짜리 영화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