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린치가 악몽 같은 를 선보이던 1977년, 로버트 알트먼은 자신이 꾼 실제 악몽을 토대로 을 만들었다. 안팎으로 어려웠던 시절 알트먼은 꿈속에서 잉마르 베리만 및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와 조우하며 차기작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것이다(여기엔 의 시시 스페이섹이 출연하여 피 같은 소스를 쏟는가 하면 셜리 듀발 역시 캐리마냥 온몸에 피를 묻히기도 한다. 감독도 DVD 코멘터리에서 와의 연관성을 언급한다).
셜리 듀발을 발견하고 그녀를 배우로 만든 것은 알트먼이지만(은 그녀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그녀의 모습을 각인시키게끔 만든 것은 스탠리 큐브릭의 이다. 잭 니콜슨의 아내로 출연한 그녀는 인상적인 표정으로 영화를 더욱 미친 분위기로 몰고 갔다. 을 보며 떠오른 것은 큐브릭이 셜리 듀발을 캐스팅한 이유가 분명 을 봤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과 두 영화가 닮았다는 생각이다. 이 남자를 제거한 뒤 한 가족을 이루는 여자들의 이야기라면 은 가족을 제거하려다 죽는 가장의 이야기다. 은 에 이어 꾸는 또 한편의 악몽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두 영화에는 닮은점이 있다. 알트먼이 사용한 쌍둥이의 이미지나 그림 속의 미로, 거울 이미지도 공교롭게 큐브릭에 의하여 사용된다. 하지만 그 때문에 닮은 것은 아니다. 알트먼이 참조한 이미지인 의 원작자가 누구였던가? 그리고 의 원작자는? 결국 두 영화의 분위기가 닮은 것은 그뒤에 스티븐 킹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큐브릭의 DVD 박스 세트는 2회에 걸쳐 발매된 바 있다. 99년 발매된 7장짜리 박스 세트가 기대치를 밑도는 퀄리티로 많은 원성을 들었고 결국 과 다큐멘터리 을 포함한 9장짜리 두 번째 박스 세트가 출시됐다. 국내에선 2001년 발매된 큐브릭 박스 세트는 이 두 번째 박스 세트를 토대로 하고 있으나 그중 4편의 영화가 미수록됐다. 야 판권문제로 콜럼비아에서 별도 발매하였으니 그렇다치고 나머지 세편은 심의문제로 포함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중 감독의 유일한 호러영화인 이 최근 심의를 통과하여 DVD로 ‘드디어’ 출시됐다. 극장 상영시 화면비는 1.66:1이었으나 감독 생전의 지시로 DVD는 1.33:1로 출시된 것이니 그 점은 이해하시길. DVD에는 큐브릭의 딸 비비안이 17살 때 촬영한 메이킹이 그녀의 코멘터리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