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린 시절 친구 집에서 보던 TV프로그램 중에 생각나는 게 있다. 라는 미국 코미디다. 루시가 형부 회사에 취직을 해서 노조를 만든 모양이다. 회사 앞에서 노조원들이 피케팅을 한다. 물론 루시가 주동이다. “사장님은 노랑이! 사장님은 노랑이!” 이 꼴을 본 형부. 흥분해서 옆에 있는 경찰에게 왜 시위를 안 말리냐고 묻는다. 팔각모의 경찰이 묻는다. “당신이 뭔데?” 형부가 대답한다. “나, 이 회사 사장이오.” 순간 경찰은 손가락으로 그를 찌르며 “아하, 노랑이!”
전국공무원노조에서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명수배했다. 죄목도 화려하다. 혈세낭비, 국회모독, 직권남용, 지방자치 역행죄. 전공노 조합원에 대한 비인권적 탄압을 자행하는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이런 죄를 지은 분이 대로를 활보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런데 기껏 경찰에서 한다는 짓이, 정작 수배당한 장관을 잡을 생각은 안 하고, 수배 전단을 뿌린 사람들을 잡아가두겠단다. 도대체 경찰 기강이 말이 아니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사법의 힘으로 시민에게 부여된 천부의 인권을 부정하는 이 만행을 보고 나도 참을 수가 없어서, 내가 직접 허 장관을 지명수배하기로 했다. 앞에 전공노가 나열한 혐의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겠다. 21세기 인터넷 시대에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죄. 이건 가공할 위헌적 사태다. 표현의 자유라는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나는 이 글을 쓰고 받을 원고료 전액을 현상금으로 걸고, 허성관 장관을 공개수배하는 바이다.
먼저 효과음 넣고, 두두두두 두두두두. 허성관 57살. 2003년 9월부터 행자부 장관. 타원형 얼굴에 약간 벗겨진 머리. 평소에는 금테 안경 착용. 다시 효과음, 두두두두 두두두두. 다음은 안경을 벗고 양복 대신 트레이닝복을 입었을 때의 모습입니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그리고 다음은 가발로 변장했을 때의 얼굴입니다. 가발은 요즘 50대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입니다. 이분을 목격한 분은 가까운 파출소로 신고해주시거나, 제 이메일로 연락해주십시오.
내가 보기에 그냥 허 장관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수배 전단의 귀퉁이에는 공범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거기에 김대환 노동부 장관, 이광재 의원, 이목희 의원과 함께 외람되게도 노무현 대통령 각하의 존함이 들어 있다. 노태우씨는 “대통령으로서 기꺼이 코미디의 소재가 되겠노라”고 했지만, 그 제안이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은 아니잖은가. 열린우리당 정권이 이 사회를 많이 열어주었다고 착각한 공무원 노동자들의 중대한 실수가 그만 이런 불상사를 낳고 만 것이다.
보수언론에서 난리가 났다. “공무원이 장관을 지명수배하는 나라” 운운하며 “공직기강”이 무너졌다고 한탄을 한다. 공무원이 장관을 지명수배해도 되는 나라라면, 얼마나 좋을까? 공무원이 장관을 지명수배 좀 했다고 경찰 불러다가 잡아가둘 생각이나 하니 한심한 것이지. 내가 꼴보수들 싫어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이 꼴통들은 도대체 유머감각이 없다는 것이다. 장난스런 패러디와 진지한 직설법도 구별을 못하는 썰렁한 분들이니, 이런 분들이랑 같이 앉아 술먹어야 하는 그 친구들이 불쌍하다.
경찰도 참 한심하다. 행자부야 유머감각이 없어서 그런다 치고, 경찰마저 그 꼴통스런 짓에 동참할 건 뭔가? 민주 경찰은 일처리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 의 그 경찰을 생각해보라. 얼마나 유머감각이 풍부한가. 행자부에서 고발을 했다면, 경찰에 연락을 했다는 얘기. 행자부에서 경찰서로 연락을 했다면, 경찰은 전공노쪽에 공문을 보낼 일이다. “장관이 직원시켜 자수할 의사를 밝혀왔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