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28일 오전(현지시각). 소설가, 수필가, 예술평론가로 왕성한 활동을 벌였던 수전 손택(71)이 뉴욕 맨해튼에서 백혈병으로 숨졌다. 오랜 기간 유방암, 자궁암과 싸워왔던 그는 질병을 둘러싼 각종 상상력과 이미지를 고찰한 을 저술하기도 했다. 대중문화와 예술, 그리고 민감한 사회문제까지 동시대 전반에 걸쳐 적극적으로 개입한 그가 주로 취했던 실천은 글쓰기. 그는 60년대 중반부터 을 비롯한 네편의 소설과 에세이, 평론집을 발간했다. 이를 통해 손택은, 이미지와 현실의 민감한 경계에서 동시대와 윤리의 문제를 끊임없이 거론해왔다. ‘본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누구보다도 철저하고 사려 깊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고민해왔던 것. (1966)에서는 “예술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고, 예술 자체로 경험해야 한다”는 논쟁적인 의견을 제시했고, (1977)에서는 사진을 찍는 행위와 사진 이미지가 현실과 맺는 관계를 윤리적으로 고찰했다. 이라크전 직전에 출간된 유작 은 타인의 고통을 스펙터클로 소비하는 현대사회를 비판했으며 그가 마지막으로 발표한 글은 미군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가혹행위에 대한 기고문이었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를 비롯한 전위예술을 설명할 만한 이론을 제시하고 로베르 브레송, 장 뤽 고다르의 영화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던 손택은 다큐멘터리 을 비롯한 4편의 영화를 완성한 감독이기도 하다. 또한 앤디 워홀의 독특한 초상필름 를 비롯해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도프의 작품에서는 기꺼이 모델이 되어 카메라 앞에 섰다. 이를 통해 그는, 카메라의 시선에 노출되어 민감하게 변화하는 피사체의 입장을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