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아카데미가 최초로 프로듀서 전공자를 선발했다. 이들을 담당할 교수가 누구인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 프로듀서 전공 책임교수 길종철(41).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삼성전자 소프트팀이 삼성영상사업단의 기치 아래 결집했을 때 김은영 키플러스 대표, 노종윤 싸이더스 이사와 함께 한국영화팀을 맡는다. 이후 애니메이션팀장으로 활동하다가 삼성영상사업단의 해체 뒤 미국 위스콘신대로 유학을 떠난다. 귀국 뒤 의 공동제공, 의 투자책임 등에 크레딧을 올린 그가 말하는 프로듀서와 교육 시스템.
-영화계와 인연을 맺은 동기.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이른바 영화광도 아니었다. 삼성전자 소프트팀에서 일한 것이 발단이었다. 요즘은 콘텐츠라는 말을 더 흔히 쓰지만. 이후 삼성의 엔터테인먼트 계열을 묶은 것이 나이세스. 그리고 삼성영상사업단이 출범했다. 영화로는 정도.
-개인적인 판단에 삼성영상사업단은 왜 해체되었을까.
=워낙 큰 조직이라 수많은 분석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개별 계열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뭉친 점과 IMF가 맞물린 게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아쉬운 건 1∼2년만 지났으면 독립된 엔터테인먼트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MBA와 예술경영을 공부했다. 그런데 왜 이 시점에서 강단을 택했나.
=경력상 시스템이나 큰 흐름에 대해 자주 고민했다. 한국영화에서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인력, 나아가서는 교육. 그래서 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회사 다니면 이쪽보다 훨씬 편하다. 특히 경제적으로. (웃음)
-첫 학생들을 선발했다. 기준 혹은 가장 중시했던 점이라면.
=특정한 부분보다는 전반적인 자질을 우선시했다. 이는 MBA과정이 사람을 뽑고 훈련하는 방식이다. MBA는 경제학이 아니라 실전을 위한 교육이다. 그래서 영화프로듀서와 유사한 면이 많다. 프로덕션에만 한정하여 프로듀서 개념을 생각하기보다는 광의의 영화 만들기를 구상할 사람이 필요하다.
-어떻게 가르칠 생각인가, 아카데미의 기존 성격과의 조화를 걱정하는 시선도 많다.
=아카데미는 현장 중심 학교다. 실전 교육은 학교에 현장 사람들을 많이 부르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처럼 학생 개인이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통해 ‘체득’하는 것이다. 아는 것과 현장에서 움직이는 것은 다르다. 바로 반응할 정도로 숙련되어야 한다. 당연히 제작실습과 워크숍이 교육의 중심이 될 것이다.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기도 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프로듀서란.
=어떤 거리를 가장 적합한 영역, 적합한 수준의 창작물로 만들어내는 판단을 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 이 과정 출신들이 다양한 영화와 제작방식을 창조하여 한국 영화산업이 건강해지도록 기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