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3 : ‘그때 그 사람’ 으로 누가누가 나오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차지철 경호실장, 김계원 비서실장, 최규하 국무총리,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심수봉과 여대생 신재순…. 과연 사건 속의 인물과 실제 배역은 어떻게 연결이 될까.
임상수 감독은 에서 핑크빛 팬티를 입고 고문을 당하면서도 한껏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배우 백윤식을 눈여겨보고 아예 처음부터 시나리오를 그를 중심으로 써나갔다. ‘야수의 마음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는 그때 그 사람이야말로 이 영화의 드라마를 움직이는 주체다. 박 부장과 함께 영화를 이끌고 나가는 주 과장 역은 한석규다. 1997년 때부터 명필름과 연이 닿은 이 배우에 대해 제작사는 무한의 신뢰를 보낸다. 주변에서는 출연 제의에 대해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했으나 본인의 출연 의지가 강력해 작품에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머리를 짧게 깎고 출연한 그는 이 영화의 중후한 배역진 가운데 가장 젊고 날렵해 보인다. 박 부장의 왼팔이 한석규라면 오른팔은 민 대령 역의 김응수다. 감독 김응수가 아닌, 에서 유가족 대표로 나왔던 극단 목화 출신 배우다.
각하는 송재호가 맡았고 각하를 최측근에서 보필하는 조 실장 역은 극단 목화 출신의 선굵은 배우이자 시트콤으로 얼굴을 널리 알린 정원중이 나왔다. 각하의 술상무 역할을 하는 양 실장은 권병길, 육군참모총장 역에는 탤런트 정종화 등 노련한 중견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궁정동 연회에 참석한 두 여인은 김윤아와 조은지다. 그리고 내레이션을 맡아 거사에 뛰어든 열두 사내의 최후를 진술해줄 이는 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알렸던 윤여정. 그 밖에 홍록기, 봉태규가 카메오로 그리고 일간지 신문 기자 두명을 비롯해 영화감독, 가수, 연극연출가, 구청장, 대기업 간부, 카페 사장 등 다양한 얼굴이 선보인다. 젊은 스타배우들이 드물고 중년 이상의 배우들이 많은 만큼 스타크래프트 같은 대형 차량이나 매니저들은 다른 영화현장보다 훨씬 드물었다고 한다.
임상수 감독은 <지구를 지켜라!>에서 고문을 당하면서도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백윤식을 눈여겨보고 아예 처음부터 그를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써나갔다. ‘야수의 마음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는 박부장 역의 백윤식이야말로 이 영화의 드라마를 움직이는 주체.
한석규 본인의 출연 의지가 강력했다는 후문이다. 머리를 짧게 깎은 한석규는 이 영화의 배역진 가운데 가장 젊고 날렵해 보인다. 박 부장의 왼팔 주 과장 역으로 분했다.
궁금증 4 : 과거는 얼마나 비슷하게 재현되었나
청와대 경호실장으로 각하의 비호를 받으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린 조 실장은 궁정동 연회장에서 ‘크메르루주의 폴포트는 100만명을 죽이고도 살아남았는데, 1만명 정도면 탱크로 밀어붙여도 된다’고 말한다. 실제 그때 그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는 몇몇 대사 정도를 빼면 영화의 상황과 대사는 시나리오를 쓴 임상수 감독의 머리에서 나왔다. 영화는 정교하게 1979년 당시의 서울 시내를 재현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다. 소탈했다는 각하의 만찬장 메뉴엔 어울려 보이지 않는 커다란 바닷가재를 올리고 연회장 실내는 계단식으로 쌓아올리는 등 상징적인 세트와 소품, 그리고 르노와 링컨 컨티넨털 그리고 빅크와 캐딜락 후리우드와 롤스로이스 등 시대를 알 수 없는 여러 스타일의 고급 자가용들, 각하의 시신을 안치한 병원으로 쓰인 국사편찬위원회 건물 등은 이 영화가 꼼꼼한 역사적 재현보다는 우화적이고 풍자적인 로버트 알트먼식 정치 코미디에 가까울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궁금증 5 : 왜 영화의 실체는 보이지 않고 소문만 떠도나
우스갯소리로 이 영화로 제작사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변호사가 돈을 벌 것이라는 말도 있다. 시나리오엔 그날 현장에 있던 이들의 실명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배역의 성은 바뀌고 이름 대신 직급으로 불린다. 시나리오는 배우와 제작진에게만 돌았고 영화를 찍고 있다는 사실 말고는 하나도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영화의 존재에 대해서조차도 영화사는 비보도를 당부했다. 지난 9월10일 촬영부터 12월6일까지 촬영일정 또한 공개되지 않았다. 소문이 바깥으로 흘러 사건 당사자들이 촬영을 중단시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촬영은 무사히 마쳤지만 지금 영화사의 큰 근심거리는 혹시라도 생존자와 유가족, 그리고 영화의 내용을 언짢아할 이들이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걸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부마항쟁과 광주항쟁 다큐멘터리를 각각 앞과 뒤에 달아 역사적 현실을 환기시키고, 영화 한복판에선 허구적인 상상력으로 파묻힌 현대사를 다시 깨우려고 하는 이 영화는 분명 엄청난 정치적 폭발력을 내장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날 단 하루 권력의 정점으로 뛰쳐올라갔다가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친 열두명 사내의 운명은 여전히 오늘날 우리의 운명이 아닌가? 그악스럽고 폭력스럽던 저 시대의 생리가 지금도 우리 사회의 혈관에 흐르고 있지 않은가? 아직도 우리는 그 당시의 진실을 제대로 보고 마음껏 이야기 나누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영화는 세련되게 그러나 잔혹하게, 우리 시대의 심장을 겨냥해 화살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