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동화책이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또는 영화로 읽고 보지 않았더라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위대한 요설 동화’의 줄거리나 의미를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그 후속편으로 <거울 나라의 앨리스>란 작품이 있다거나, 작가 루이스 캐럴이 수학 교수이자 손꼽히는 아마추어 사진가였다거나, 그의 작품들이 초현실주의와 난센스의 시금석을 놓았다는 대목에 이르면 머리 속엔 의문부호가 말풍선처럼 걸리기 십상이다.
이런 생뚱맞은 이야기로 말문을 연 것은 트위들 덤의 데뷔작 <탐구생활>이 그와 무관하지 않은 까닭이다. ‘우리는 트위들 덤, 너희는 트위들 디’란 가사는 이들의 밴드명이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유래한 것임을 드러낸다. ‘탐구생활’이란 음반의 표제, 팝 아트풍의 커버 그림, 황병승의 시 <앨리스 맵으로 읽는 고양이 좌(座)>에서 발췌한 <이상하게 예쁘게>의 가사는 또 어떤가. 편재해 있는 힌트는 이 음반이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 연작 동화’의 자장 속에 있다는 판단을 굳혀준다.
음악적으로는 캔, 스테레오 랩 같은 이들의 선호 아티스트나, 김남윤(프로그래밍)과 이윤이(보컬, 키보드)가 각각 병행 중인 3호선 버터플라이와 프로젝트 별의 음악을 참고하면 감잡기 쉬울 것이다. 음반 전체의 확대경으로 봐도 손색이 없는 타이틀곡 <토까라 토끼>는 대표적이다. ‘토끼 꼬리에 불이 붙었네/ 불이 붙으면 토끼는 간을 주세요/ 정의는 반칙/ 워키토키 워커힐’로 전개되는 가사는 논리적이라기보다 파편화된 논리의 콜라주에 가깝다. 이윤이의 보컬은 삐삐밴드의 이윤정을 추억하게 하는데(소리 지르거나 칭얼거리는 게 아니라 무심한 듯한 창법), 감정은 이입되는 대신 미끄러진다. 엄인성(베이스)과 김남윤이 주도하는 사운드는 사이키델릭한 양념을 뿌린 ‘전자음악’의 다양한 표정을 포괄한다.
트위들 덤의 <탐구생활>은 실험적이지만 난해하지 않고 전위적이지만 풋풋한 ‘음악숙제 모음집’이다. 전자음악으로 수렴되는 사운드는 여러모로 삐삐밴드의 <불가능한 작전>(1996)을 떠올리게 한다. 컨셉 차원에서 ‘루이스 캐럴풍’이란 비유도 가능하다. 물론 이 음반이 삐삐밴드의 음반이나 루이스 캐럴의 동화에 견줄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쉽게 접하기 힘든 감성과 상상의 세계를 펼친다는 점과 겨우 데뷔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는 것 또한 인색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