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랙>처럼 TV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올 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의 완승에 완전히 넋을 잃지만 않았다면 주요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생소한 제목의 브라질영화 <신의 도시>(City of God)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페르난도 메이릴레스 감독은 삼바누아르라 불러도 좋을 영상으로 60∼70년대 브라질을 담았다. 실제로 ‘신의 도시’에서 자란 파울로 린스의 자전적 소설과 사진작가 윌슨 로드리게즈의 이야기에 토대를 둔 영화는 갱이나 선량한 시민 할 것 없이 무차별적 총격에 속절없이 벌집이 되어버리는 브라질의 (여전히 유효한) 과거사를 놀라우리만치 현란한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신의 도시>의 성공 뒤 메이릴레스는 다음해 공동감독 카티아 룬드와 저자 파울로 린스와 함께 TV 미니시리즈 <인간의 도시>를 연출한다. 2003년 방송되어 브라질 국민 3500만명이 시청한 이 드라마는 총 9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신의 도시>에도 출연했던 두 아역배우가 각각 아세로라와 라란진하로 출연하여 어린이 버디무비를 보여주는데, <신의 도시>가 신과는 거리가 먼 지옥 도시를 그렸다면 <인간의 도시>에는 그나마 인간다움이 배어 있다. 비록 편당 30분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제작되었지만 감독들은 포르투갈 왕실의 이민으로 시작된 과거 브라질 독립의 역사를 다루면서도 매편 브라질의 현실을 알리고자 한다. ‘신의 도시’에서의 권력은 전적으로 갱들에게 있어 이들 실세와 교제하는 누나를 통해 아세로라는 권력의 단맛과 쓴맛을 체험하기도 하고 짝사랑의 아픔과 우정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한다.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위하여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균형감 있는 현실감을 배분하는 것에도 소홀하지 않는데, 가령 <신의 도시> 1.5편이라 불러도 좋을 시즌1의 에피소드1이나 시즌2의 에피소드5에서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평균 나이 25살로 죽어가는 청년들과 친사촌들에게 평균 12살에 강간당하는 여자아이들의 독백을 들려주기도 한다. MTV적 감각이 다큐멘터리적 연기력과 이야기와 만나는 지점인 <인간의 도시>는 <신의 도시>만큼이나 (브라질 언어로 표현하자면) ‘따봉’이다. 메이릴레스는 현재 랠프 파인즈와 함께 신작 촬영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