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이 하나의 음악 조류 혹은 스타일리시한 액세서리로 안착한 지도 오래다. 그래서 웬만한 복고풍을 접해도 흘낏 보고 마는 경우가 많다. 몰리 펠더(리드 보컬)와 빌 드메인(기타, 키보드, 송라이팅)의 듀오 스완 다이브의 음악도 ‘그저 그런’ 복고풍 팝의 갈래로 지나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은 드라마로 빗대면 일일드라마보다는 베스트극장이나 한뼘드라마에 가깝다. 친숙하고 통속적이지만 독특하다는 얘기다. 중년 이상의 사람들로 북적이는 레코드점 이지리스닝(!) 코너에서 젊은 남녀가 ‘서로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거나, 이들의 음악이 처음에 우연찮게 타국(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뒤 한참 만에야 자국(미국)에 역수입되었다는 스토리도 어딘가 평범하진 않지만 말이다.
얼마 전 신작 <William & Marlys>가 발매된 데 이어, 최근 두종의 2CD 음반이 라이선스 발매되었다. <You’re Beautiful + Words You Whisper>(편의상 ‘묶음1’)는 일본시장 히트작인 <You’re Beautiful>(1997)과 일렉트로니카 성향의 <Words You Whisper>(2001)의 합본이다. <Groovy Tuesday + Rarities>(편의상 ‘묶음2’)는 <Wintergreen>(EP, 1997)과 <Circle>(1998)의 편집본 <Groovy Tuesday>와 비정규 트랙 모음집 <Rarities>의 합본이다. ‘묶음1’이 친숙하지만 신선한 어쿠스틱 사운드와 차분하게 진행하는 감상용 전자음악을 각각 갈무리한 것이라면, ‘묶음2’는 좀더 다양한 표정의 트랙들을 담은 것인데 비틀스, 버트 바카락, 블론디, 캐롤 커버곡은 물론 방송사와 항공사 시그널도 들을 수 있다. 요약하면 ‘묶음1’은 차분하고 일관적이며, ‘묶음2’는 색다르다.
스완 다이브는 1960년대풍 팝, 포크, 록을 화학적으로 결합한 밝은 음악을 들려준다. 여기에는 재즈, 브라질 음악, 프렌치 팝, 뉴 웨이브, 컨트리, 인디 록의 향취도 첨가되어 있다. 흘러간 스타일이 대부분이지만 상투적이지 않고 은근히 모던하다. 그래서 ‘적시(適時)의 시대착오’ 또는 ‘아름다운 시대착오’란 형용모순도 어울릴 듯하다. ‘지루하다. 아무것도 내 맘에 남지 않았고 평소 내가 하는 짓들도 오늘은 따분하다’고 느낀다면, 이 음반들은 ‘이 푸르고 우울한 날들을 위한 청사진’이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작은따옴표 안의 구절은 <Blueprint>의 가사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