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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뉴미디어아트페스티벌에 <극동아파트> 출품한 마리코 테쓰야
사진 오계옥오정연 2004-12-23

“8mm 영화 작업, 그냥 좋다”

음울한 소년 같고, 예민한 청년 같은 외모의 일본 감독 마리코 데쓰야. 어린 시절 동화 속 나무꾼처럼 살고 싶었다는 이 예사롭지 않은 감독은 지난 12월2일부터 12일까지 열렸던 서울 뉴미디어아트페스티벌에서 자신의 네 번째 영화 <극동아파트>를 통해 한국 관객과 만났다. 주변사람들을 등장시켜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는 8mm영화 <극동아파트>는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일종의 실험영화에 가깝다. 일본의 시네마테크 이미지포럼에서 1년짜리 제작과정을 수료한 그는 계속해서 8mm 작업을 고수해왔고, 극영화는 한번도 찍어본 경험이 없다.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지 이제 1년. 그는 앞으로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을 뿐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평범한 생각을 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여기고 있는 듯 굳건하기만한 그의 독특함으로 미루어, 정해지지 않은 그 미래는 어떤 극영화보다도 흥미진진할 것 같다.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 2학년 때 <Gummo>라는 영화를 보고 처음으로 영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때부터 하루에 2, 3편씩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때까지는 영화광도 아니었고, 영화는 할리우드영화밖에 몰랐다.

-8mm 작업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나.

=잘 모르겠다. 그냥 좋다. (한참 고민하다가) 일단 16mm보다 제작비가 싸다. 요즘은 디지털 작업이 정말 많아졌는데, 학교 다닐 때 필름을 직접 자르고 붙이는 과정이 너무 좋았다. 게다가 필름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무엇인가가 남는 것 아닌가. 앞으로 8mm 작업을 한편 더 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비디오 작업도 해보고 싶다. 나한테는 비디오 작업이 일종의 도전이다.

-다음 작품을 꼭 8mm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나.

=나에게 8mm 카메라를 처음 가르쳐준 친구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지난해에 자살했다. 아마도 굉장히 어두운 영화가 될 것 같다.

-극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나.

=시나리오 쓰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것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난 지금까지 만든 영화들도 일정 정도 극영화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등장인물들에게 모든 상황을 설명하고 때로 연출도 하면서 일종의 페이크 다큐처럼 찍었으니까.

-디지털영화에 대한 입장은.

=최근 HD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디지털로 인해서 점점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이 사라져가는 것 같다. 디지털 작업을 하려면 공부를 많이 하고 제대로 알게 된 뒤에 하고 싶다. 지금은 새로운 매체가 급격하게 이전의 매체를 대신하고 있다. 그로 인해 옛날의 것들이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것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