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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를 향한 화끈한 질주, U2

‘세계 최고’란 홍보문구가 낯뜨겁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일랜드 출신의 록밴드 U2 얘기라면 가능할 듯싶다. 지난 25년간 수천만장의 음반 판매고가 말해주듯 절정의 인기를 누려온 동시에 ‘록의 양심’, ‘록의 대변인’ 같은 최상급의 평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U2는 상업적 성공과 비평적 찬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왔다.

<How to Dismantle an Atomic Bomb>은 U2가 4년 만에 발표한 신작이자 통산 11집. 이번 음반은 지난 10집과 마찬가지로 ‘1980년대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포스트모더니즘, 냉소적 태도 같은 ‘1990년대 U2’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U2 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상에 근접해 있다. 호소하는 듯한 보노의 보컬,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는 에지의 기타, 역동적인 래리 멀렌 주니어와 애덤 클레이튼의 리듬, 신심(信心)어린 태도 같은.

전작과의 차이점이라면, 거칠고 까칠한 사운드에 있다. 헤비한 록 넘버인 첫 싱글 <Vertigo>는 대표적인데, 사력을 다하는 보노의 보컬이 묻힐 정도로 에지의 기타는 사납고 거칠며 사운드는 직선적이고 폭발적이다. 날카롭게 질주하는 <All Because of You>나 1960년대 사이키델릭 록을 ‘볼륨 업’한 듯한 <Love and Peace or Else>도 같은 부류다. 이처럼 ‘거칠게 달리는 음악’은 이 베테랑 밴드가 그런지 록이나 네오 거라지 록 같은 ‘후배들의 록 사운드’도 꾸준히 모니터링해왔음을 드러낸다.

만일 <With or Without You>나 <One>의 서정성을 좋아하는 취향이라면, 후반부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발라드’ 넘버들보다는 보노의 작고한 부친에 바치는 추모곡 <Sometimes You Can’t Make It on Your Own>, 베이스와 기타가 ‘반복의 미학’을 보여주는 <Miracle Drug>, 오밀조밀한 기타가 맛깔스런 <City of Blinding Lights>가 볼륨의 높고 낮음을 떠나 마음에 들 것이다.

이 음반은 ‘1980년대 회귀 2탄’에 해당한다. ‘1탄’에서 어딘지 박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이라면 이 음반의 화끈한 트랙들이 반가울 것이다. 또 3집 <War>(1983)부터 7집 <Achtung Baby>(1991)까지의 음악을 좋아했던 이라도 마찬가지. 다만, <The Joshua Tree>의 연장선상에 있는 마지막 곡 <Yahweh>를 들어보면 알 수 있을 테지만, 기대치는 너무 높이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