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팔을 가진 기계촉수는 닥터 옥토퍼시보다 오히려 피터 파커에게 더욱 절실한 것인지도 모른다. 주경야독하며 뉴욕을 구한다는 것은 스파이더 맨에게도 여전히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급기야 임포증세처럼 거미줄마저 사정하지 못하게 되자 피터 파커는 아무도 모르는 무보수의 직업, 뉴욕 구하기를 그만둔다. 액션은 기본이고 성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갈등구조를 가진 속편은 슈퍼히어로 영화 사상 2번째 흥행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1위는 <스파이더 맨> 전편이다) 비평에서도 전편을 능가하는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DVD 역시 완성도 면에서 전편보다 우수하다.
전편 DVD가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던 것은 일부 장면에서 발색이 저하되며 화면이 뿌옇게 나온다는 점 때문이었다. 1.85:1이었던 전편과 달리 2.40:1의 화면비로 제작된 속편의 영상에선 그와 같은 약점이 사라졌다. 또한 전편에선 엔딩에만 사용된 스파이더캠이 속편에선 전방위로 사용되며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영상 흡인력으로 시선을 고정시켜놓는다. 대니 엘프먼의 스코어보다는 상대적으로 음향이 강조되게끔 믹싱된 사운드는 DTS 채널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제작되어 슈퍼비트 버전의 필요성을 의심하게끔 만든다. 영화가 개봉되던 지난 7월2일 녹음된 샘 레이미와 토비 맥과이어의 코멘터리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하나둘 풀어놓는데, 가령 “됐다, 됐어”(I’m back)를 외치며 건물을 뛰려다 고꾸라진 피터 파커가 “내 등!”(My back)이라고 외친 것은 실제로도 허리가 좋지 않았던 토비 맥과이어를 위하여 만들어진 인신공격성 대사였던 것이다. 3시간 분량의 짜임새 있는 부가영상도 전편보다 낫긴 마찬가지다. 영화적으로나 DVD적으로나 놓치면 후회할 타이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