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은 많은 것을 좌우한다. <슈퍼맨의 비애> <머피의 법칙> <미녀와 야수> 등으로 연속 안타를 날리던 ‘1990년대 중반의 DJ DOC’는 유쾌상쾌한 ‘까불거리는’ 랩댄스 그룹이었다.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1997년 4집부터. 신랄한 정치 풍자 <삐걱삐걱>과 삶의 따뜻한 응원가 에서 말문이 터지기 시작해 2000년 5집에서 만개했다. 상업적 성공은 예의 댄스곡이 보증해주었지만(<Run to You>), 음반의 무게중심은 거침없는 랩에 있었다. 특히 비판과 조롱을 넘어 골계미를 보여준 <포조리>는 일간지 사회면과 경찰서에 종종 ‘출석’하던 이 ‘사고뭉치 악동들’에 대한 ‘시각교정’ 텍스트로 충분했다.
그리고 정규 6집이 나왔다. 4년6개월 만이니 난산이다. 첫인상? 좀 뜻밖이다. 지난해에 발매된 싱글 <Street Life>와 올 6월 공개된 디지털 싱글 <One Night>로 예상했던 그림은 5집으로 치면 <Intro>(와신상담)와 <Run to You>(또는 와 <Boogie Night>)처럼 공격적 랩과 디오니소스적 댄스음악, 양자의 균형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후자, 정확히 말해 ‘Love & Sex & Happiness’란 음반 타이틀처럼 사랑을 다룬 댄스음악과 발라드쪽으로 기운다. 첫 트랙 <끝나버린 이야기>와 한창 소개되는 <수사반장>이 첫인상을 넘어 음반의 알파와 오메가로 다가오는 건 그런 의미에서다. 여자친구를 의심해서 ‘수사’에 나선다는 <수사반장>(싸이 곡)은 떼창이 돋보이는 떠들썩한 파티풍 댄스음악으로, <Party Party>(싸이 곡), <For You>(이현도 곡)도 같은 ‘무도장’음악 계열의 곡이다. 정재용의 저음의 랩과 김창렬의 애절한 노래가 어우러지는 <끝나버린 이야기>(이현도 곡)는 연한 발라드로, 김창렬과 박화요비가 입을 맞춘 <한>(恨), <In Love> 등 ‘같은 과’의 (R & B) 발라드가 높은 비중을 이룬다.
반면 ‘4집부터의 DOC’의 흔적은 많지 않다. 랩·힙합에 대한 자긍심을 담은 <I Wanna(Drop It, Like It’s Hot!)>, 자기 삶의 반추를 담은 <Street Life> <돌아보면, 청춘(靑春)>, 커버곡 <바보처럼 살았군요>(원작자 김도향 피처링) 정도다. 그래서 이 음반은, 분리할 문제는 아니지만, ‘창렬이의 음반’(본인들 표현)으로서는 부족함이 없지만 ‘하늘이와 재용이의 톡 쏘는 랩’ 측면에선 허전할 듯싶다. 어느 쪽이든, 자작곡의 비중이 줄어든 점은 상징적이다. 징후적인 것 같지는 않지만, 다행히도, 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