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흑백 133분
감독 신상옥
출연 김진규, 황정순, 김승호, 최남현, 최은희
EBS 11월14일(일) 밤 11시50분
<독립협회와 청년 리승만>은 영화의 내용이나 스타일 등에 대한 얘기보다는 어쩌면 영화의 주변에 관한 얘기가 더 관심있는 영화다. 우선, 이 영화의 제작자인 임화수는 알다시피 1950년대 자유당 정권하에서 영화계의 ‘대부’로 일컬어질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다. 당시 임화수는 많은 통속·오락영화들을 제작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가 제작한 영화들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기록상으로 임화수의 한국연예주식회사가 제작한 작품은 19편인데, 그중 이 영화 <독립협회와 청년 리승만>만 유일하게 필름이 남아 있다. 다행히도(?) 당시 임화수의 힘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스탭과 출연진을 보면 당시 한국 영화계의 모든 인력을 총동원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대단하다. 우선 촬영의 임병호는 이병일의 <시집가는 날>, 이규환의 <춘향전>을 비롯해 당시 날리던 촬영감독이었다(주로 임화수의 영화들을 촬영했다). 그리고 장일호 감독, <와룡선생 상경기>를 연출한 김용덕 등이 조감독으로 참여했으며, <종각>을 연출한 양주남이 편집을 담당했다. 또한 시나리오 감수를 유치진이 담당했으며, 임희재가 각본을 썼다. 임화수의 한국연예주식회사와 공동제작인 한국반공예술인단은 임화수가 단장인 당시의 대표적인 어용단체였다.
출연진은 당시 활동하던 웬만한 배우들은 거의 모두 출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만 역의 김진규를 비롯해 황정순, 최남현, 김승호, 최은희, 엄앵란, 도금봉, 최무룡, 윤일봉, 김지미, 황해, 황남, 이민, 김동원 등이 총망라된 초호화 올스타 캐스팅이다. 거기에 1950년대에만 수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당대의 대표적인 연극연출가 이해랑도 서재필 역으로 출연한다.
이승만의 심복이었던 곽영주와 임화수가 자유당 정권의 재집권을 위해 만들었던 정권홍보영화 <독립협회와 청년 리승만>. 고종의 밀사가 된 이승만이 미국으로 떠나는 배를 타고 멀어져가고, 그 위로 비장하게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마지막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어색함과 당시 한국영화의 또 다른 이면을 엿보는 듯한 씁쓸함이 함께 남는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