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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누명을 벗기려는 가족의 싸움, <윈슬로우 보이>
2004-12-09

The Winslow Boy 1999년

감독 데이비드 마멧 출연 나이젤 호손

EBS 12월12일(일) 낮 1시50분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는 색다른 즐거움을 주곤 한다. <윈슬로우 보이>는 작가 테렌스 래티건이 영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소재로 쓴 희곡을, 영화로 각색한 경우다. 권력에 맞서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길고 힘든 싸움을 해야만 했던 가족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제레미 노담, 레베카 피전 등의 배우가 출연하는 이 영화는 그리 튀지 않으면서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하는 출연진의 면모가 돋보인다.

영국의 중산층 아서 윈슬로우는 딸 캐서린의 약혼이 진행되는 가운데, 막내아들, 로니가 왕립해군사관학교에서 5실링짜리 우편함을 훔쳤다는 죄목으로 퇴학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모든 가족은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훔치지 않았다는 로니의 말을 직접 확인한 아서는 자신의 재산과 명예, 지금까지의 안정, 그리고 딸 캐서린의 약혼까지 위험으로 몰아넣을지 모르는 일을 벌이기 시작한다. 정의를 얻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사관학교에 정식 재판을 요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삼는다. 그러나 학교에서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한 아서와 캐서린은 로버트 모튼 경을 찾아간다. <윈슬로우 보이>는 어느 범죄에 관한 영화로 볼 수 있다. 무엇인가가 사라지고, 혐의를 쓴 사람은 정당한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이 과정을 의심하고 진실이 무엇인지 발견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윈슬로우 보이>에서 아서 윈슬로우는 로버트 경이라는 사람에게 의존한다. 로버트 경은 변호사이자 하원의원인 젊은이로, 로니를 상담하고는 왕실을 고소하기 전에 일단 하원에서 논해보겠다고 한다. 이후 로니는 세간에 화젯거리로 떠오르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다. 어쩌면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보충하는 것은 영화에서 가족들의 미묘한 갈등이 부각되는 과정일 것이다. 진실이 무엇인지, 진정한 명예와 정의가 무엇인지, 가치판단은 보류되고 가족들이 서로 의견을 달리하면서 때로 다툼의 과정을 겪게 된다. 데이비드 마멧 감독은 원래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했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1981), <위험한 도박>(1987) 등이 그의 손을 거쳐 나온 영화들이다. <위험한 도박>은 특히, 그의 첫 연출작이었으며 이후 그는 연출자로서 주목받았다. 거친 범죄와 남성들 세계를 그려내면서 데이비드 마멧 감독은 폭력의 카타르시스보다는 범죄의 이면에 숨어 있는 진실을 찾는 것에 관심을 보이곤 한다. <윈슬로우 보이>는 시나리오 작가 겸 연출자로서 그의 솜씨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