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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을 품은 애절함, 소박함을 담은 우아함, 오마라 포르투온도

좋으나 싫으나, 1990년대 말부터 붐을 이룬 라틴음악 열기에 빔 벤더스와 라이 쿠더가 하나의 단초 혹은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점은 사실이다. 이들이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란 다큐멘터리영화와 음반을 통해 쿠바의 노장 음악인들과 그들의 유장한 음악을 소개하지 않았던들 ‘음악이 강물처럼 흐르는’ 쿠바와 놀라운 라틴음악의 세계를 접하기는 쉽지 않았을 테니까. 비록 미국화된(서글프지만, 세계적인) 입맛에 맞도록 프리즘을 통과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또 라틴아메리카와 그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이(우리도!) 앵글로(Anglo)의 것이었다 할지라도 말이다.

어쨌든 인생의 황혼기에 있는 멤버들이 뒤늦은 주목을 받고 세계시장을 겨냥한 솔로 음반을 발표하는 일이 뒤를 이었다. 홍일점(heroine) 보컬 오마라 포르투온도(1930년생)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2000년에 솔로 음반을 낸 바 있다. <Flor de Amor>는 국제시장을 겨냥한 그녀의 두 번째 솔로 음반. 그녀를 처음 접하는 이라면, 좀 불만스런 비유나마 ‘쿠바의 에디트 피아프’란 기왕의 소개 문구나 ‘좀더 우아하고 무구(無垢)한 현미’를 떠올리면 될 듯하다.

이 음반은 한마디로 엘레강스하다. 물론 앙드레 김 식의 럭셔리한 우아함이 아니라 소박한 우아함이다. 음악적으로 말하면 볼레로, 룸바, 과히라 등의 음악이 차분하고 서정적으로 갈무리되어 있다. 오마라 포르투온도는 연륜이 묻어나오는 탁한 음색으로 때로 애절하게 때로 열정적으로 노래한다. 트레스(9현 기타), 어쿠스틱 기타, 7현 기타가 선율을 주도한다면, 드럼 대신 쓰인 콩가, 봉고, 팀발레 등의 타악기가 리듬을 주도하며, 관현악이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수록곡 대부분은 사랑을 다루고 있지만 남녀간의 사랑뿐 아니라 자국에 대한 자긍심(<Amor de Mis Amores> <Hermosa Habana> <El Madrugador>), ‘뿌리’에 대한 애정(서아프리카 요루바족의 챈트를 차용한 아프리카 송가 <Tabu>)을 포함한다. 트레스 연주만 반주로 쓴 <Amorosa Guajira>는 노래의 감정전달에 많은 악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준다. 브라질 송라이터와 프로듀서가 참여한 신비롭고 몽환적인 <Casa Calor>는 음반의 마지막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곡이고. 쿠바음악 중 서정적인 음반이 듣고 싶거나 삶의 애환을 느끼되 칙칙하지 않고 낙관적인 후감을 원한다면 어울리는 음반이다. 열정적인 곡들이 좀더 많았다면 하는 아쉬움은 번지수 틀린 욕심인지 모르겠지만.

이용우/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