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요 영화제의 관객상을 휩쓴 <웨일 라이더>가 국내에 선보인 것은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였다. 거의 같은 시기 이 영화를 태평양 상공의 기내에서 작은 스크린으로 보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당시 수영만의 초대형 스크린으로 바닷바람을 맡으며 바다를 날던 고래등의 파이를 보았던 분들의 감동은 더 컸으리라…. 니키 카로 감독은 외지인들에겐 전설이지만 왕가라 주민들에겐 역사였던 파이키아(이하 파이) 이야기를 원작소설로부터 재구성, 현실감 있는 드라마로 펼쳐 보이며 세계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영화 속 할아버지와 파이간의 갈등구조는 우리에겐 진행형적 의미를 지니기에 이 영화는 우리에게 더욱 각별한 느낌을 준다. 특히 파이가 고래 등을 타고 뒤돌아보며 “괜찮아요 할아버지”라고 말하는 모습은 숨을 턱하니 막히게끔 만드는 장면이기도 하다.
바다만큼 깊은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한장의 DVD에 담겼지만 다양한 부록을 수록하여 SE 버전 부럽지 않게끔 제작되었다. 잔잔한 목소리의 감독 코멘터리는 종종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가령 라위리 삼촌 역의 배우는 살을 찌우기 위하여 맥도널드에서 살다시피 했으며(무슨 영화가 생각나지 않는가?) 상어이빨인 ‘라푸타’를 건지기 위하여 아이들이 바다에 뛰어든 장소는 사실 ‘상어의 만’이었다고 전해준다(물론 감독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27분 분량의 비하인드신에서는 3단계로 촬영된 영화 속 고래 촬영의 신비를 밝혀주는데 다큐멘터리로 촬영된 바닷속 실제 고래와 해변가의 모형 고래, 그리고 CG 처리된 고래들이 그것이다. 최소한의 CG 작업을 고집했던 니키 카로와의 작업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게 된 파이 역의 케이샤. 최대한의 CG 작업을 고집하는 루카스와의 작업은 어떻까? 루카스가 케이샤의 재능을 죽이지 않고 케이샤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3>를 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