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1984년
감독 배리 레빈슨 출연 로버트 레드퍼드
EBS 12월5일(일) 오후 2시
버나드 맬러머드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의 제목은 태어날 때부터 천부적 재능을 지닌 인물을 뜻하는 말이다. 어느 인물의 파란만장한 야구 인생을 모델로 삼은 영화로, 평이한 스포츠영화인 <내추럴>은 소박하고 단순한 장르영화다. 그럼에도 로버트 레드퍼드, 글렌 클로스, 바버라 허시, 로버트 듀발, 킴 베이싱어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스타가 한자리에 모이는, 흔히 않은 기회를 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홈런 타구가 전광판 조명을 터뜨리는 영화 속 장면은 아마도 스포츠영화 속 명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야구에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로이 허브스는 한 구단의 입단 테스트를 받고자 애인 아이리스에게 이별을 고하고 네브래스카를 떠난다. 그러나 기차에서 만난 헤리에트라는 미모의 여인에게 끌려 그녀의 호텔방으로 갔던 로이는 그녀가 쏜 총에 맞아 야구를 할 수 없게 된다. 16년 뒤 35살의 나이로 최하위 구단 뉴욕 나이트에 입단한 로이는 그를 신통치 않게 여기는 감독과 코치에게 보란 듯이 배트 ‘원더보이’를 휘두르며 팀을 연전연승으로 이끈다. 야구계는 로이의 등장으로 술렁인다. 로이의 구단을 인수하려던 변호사의 계략에 빠져 잠시 슬럼프에 빠지는 로이. 그는 마지막 순간에 팀을 위해 타석에 선다. 영화감독은 할리우드에서 다양한 장르영화를 만든 배리 레빈슨. 감독은 전기적 성격이 강한 원작소설을 한편의 미국적인 동화로 윤색하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내추럴>의 로이 허브스는 누가 봐도 야구를 위한 태어난 인물이다. 그러나 행운은 그의 곁을 스쳐지나고, 기나긴 슬럼프 뒤에 로이는 흥분된 재기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숨가쁜 승부를 벌이는 경기 중에 생기는 해프닝, 그리고 로이 허브스가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는 사건은 영화에서 특별한 순간이 된다. ‘원더보이’가 두 조각남에도 불구하고 로이 허브스가 경기의 승자로 거듭나는 영화 속 엔딩은 작위적임에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영화 <내추럴>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뒤 감독은 <지미 할리우드>(1994), <벅시>(19991), <토이즈>(1992) 등의 인상적인 영화를 계속 만든다. 혹시 <내추럴> 시절 감독의 순수했던 창작열을 기억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