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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꿈꾸는 아이들
2001-06-26

즐거운 너의 집?

Crime and Punishment in

Suburbia 2000년,

감독 로브 슈미츠 출연 모니카 키나 장르 스릴러

폭스 허허실실

냉전시대 이후 미국사회의 위기는 내부의 균열에 의해 드러나곤 한다. 이를테면 영화 <아메리칸 뷰티>에서 드러나는 미국 중산층 가족의

균열과 붕괴가 미국사회 전반에 관한 징후적 독해를 가능케 한다면, 이 영화 <살인을 꿈꾸는 아이들> 역시 연장선에 위치하면서(혹은

일종의 아류영화로서) 퇴락해가는 미국사회에 대해 시종 무겁고 절망적인 시선으로 묘사하는 작품이다. 여기에는 물질적인 성공 이후 오히려 삶의

허무함과 퇴폐함에 빠져드는 부모들과 그러한 기성세대를 경멸하며 섹스와 마약에 중독돼가는, 일탈적인 10대가 등장한다.

미국 교외에 위치한 한 중산층 가정. 고등학교에서 치어리더로 활동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로잔느는 엄마가 재혼하면서 의붓아버지와 살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점차 알코올에 중독돼 폭력적으로 변해가자 엄마는 외도를 일삼게 된다. 아버지와 단둘이 집을 지키게 된 어느날 밤. 로잔느는

만취한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이에 앙심을 품은 그녀는 남자친구 지미와 함께 아버지를 살해한다. 하지만 살해혐의는 뜻밖에 로잔느의 엄마에게

씌어지고 만다.

다분히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현대 미국사회 중산층 가정으로 옮겨온 듯한 이 영화는 가족 내 존재하는 폭력과 소외의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드러내고 나름의 윤리학적 판단의 결말을 시도하려는 듯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윤리적 시선을 제공하는 이는 10대 소년 빈센트이다.

그는 로잔느를 몰래 훔쳐보며 그녀의 모든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할 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안내하는 주요한 내레이션과 시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조차도 로잔느와 이상한 종교에 광적으로 중독된 캐릭터이기 때문에 영화의 후반부, 그가 로잔느로 하여금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안내하는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부분에 이르면 오히려 이 영화의 윤리적 결말이 모호해지는 구석도 있다. 빈센트의 훔쳐보는 시선과 사진들 그리고 소제목과 함께

8개의 단락으로 구성되는 연출과 편집이 뮤직비디오처럼 감각적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해체되는 가족과 일탈적인 10대 아이들에 대한 비판적인

감독의 시선이 돋보이기보다 또 하나의 소재주의적이고 선정적인 볼거리 이상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2000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작품이다. 정지연/ 영화평론가 woodyall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