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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배기 눈으로 보는 한국전쟁의 아픔, <장마>
이승훈( PD) 2004-11-25

1979년 컬러 124분감독 유현목 출연 황정순, 이대근, 김신재, 김석훈EBS 11월28일(일) 밤 12시제18회 대종상 우수작품상, 촬영상제4회 상파울루국제영화제 출품

유현목의 <장마>는 윤흥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문예영화이다. 유현목은 주제의식이 투철하고 리얼리즘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오발탄>을 비롯한 그의 작품들 중 많은 영화들이 한국전쟁의 상처와 기억, 그리고 분단 이데올로기 속에 희생된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 역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전쟁의 아픔과 이데올로기 때문에 상처입고 희생당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열살배기 아이의 시선으로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는 리얼리즘 계열의 영화이다.

한국전쟁 중 어느 마을에 서울에서 피난 온 외갓집 식구들이 친가 식구들과 함께 살고 있다. 외삼촌은 국군으로 전투에서 전사했고 친삼촌은 빨치산인데 생사를 알 수 없다. 양가 아들들의 이데올로기가 다름으로 인해 양가의 할머니들은 반목하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 날, 구렁이 한 마리가 집으로 들어온다. 가족들은 그 구렁이를 빨치산 친삼촌의 영혼이라 생각하고 소중하게 받아들이며 그럼으로써 갈등이 해소되는 줄거리의 영화 <장마>는 한국전쟁의 아픔과 이데올로기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영화의 촬영은 1980년대 말부터 ‘한국 영화계의 어머니’로 불렸던 유영길 촬영감독이 맡았는데, 매우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장마기간이라는 한시적으로 설정된 시간 동안 토속적이고 서정적인 화면으로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명장 유영길의 유려한 촬영이 돋보이는데, 여기에 중견배우 황정순의 명연기 등이 잘 조화되어 더욱더 빛을 내고 있다. 한국영화 리얼리즘의 선구자 유현목 감독의 <장마>는 원작소설이 지닌 탄탄한 구성과 유현목 감독의 투철한 주제의식, 그리고 촬영과 배우들의 연기 등이 잘 조화된 작품이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