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mett 1982년감독 빔 벤더스 출연 프레데릭 포레스트EBS 11월27일(토) 밤 12시
1980년대에 빔 벤더스 감독은 코폴라 감독의 초청으로 미국에서 작업을 했다. 코폴라 감독이 제작을 맡은 <해밑>이 그 결과물이다. 빔 벤더스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로부터 <말타의 매> 등으로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 대시엘 해밋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게 되었던 것. 당시 벤더스는 마침 해밋의 소설을 탐독 중이었고 흔쾌히 수락하게 된다. 추리소설 작가 해밋에 관한 이 영화는 일반적인 전기영화의 범주에서 벗어나고 있다. 대신, 글쓰기와 픽션의 창작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소설과 영화의 관계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은퇴한 사설탐정 해밑은 새로운 일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의 옛 동료였던 지미 라이언의 체험담을 소설화하여 잡지에 연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존인물 라이언이 샌프란시스코에 다시 나타나자 해밑은 차이나타운 암흑가의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된다. 폭력과 여성, 그리고 범죄의 세계가 그의 눈앞에 펼쳐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라이언이 갑자기 사라지고, 카바레의 아름다운 중국인 여배우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해밑은 본의 아니게 사건에 연루되고, 이때의 경험은 훗날 그가 발표한 탐정소설들의 바탕을 이룬다. <해밑>은 실존인물의 삶에 카메라를 근접시키면서 이 과정을 통해 창작의 신비로움을 파헤치려고 한다. 실존인물인 대시엘 해밋은 본래 자신의 경력을 탐정으로 시작했지만 병 때문에 탐정 일을 못하게 되자, 자신이 알고 있는 실화를 글로 옮기는 작가가 됐고, 이후 독특한 스타일의 소설가가 되었던 것. 영화 <해밑>은 해밋이라는 인물의 경험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그가 소설가로 변모하게 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말타의 매> 등의 소설이 어떻게 창작되었는지 밝혀내려고 한다. 영화엔 필름누아르 스타일, 즉 어둡고 음산한 조명이 사용되며 의심과 음모로 얽힌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 점은 벤더스 감독이 고전 할리우드영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암시하고 있다. <해밑>은 평탄한 제작과정을 거치진 못했다. 시나리오 작가가 여러 차례 바뀌었고 제작사와 코폴라 감독이 미국식 액션영화와 좀더 매끈한 장르영화를 원했던 탓에 감독은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고전했던 것. 완성된 영화는 처음 촬영한 분량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시작 당시 의도와는 다른 모양새로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