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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전 러시아 무성호러 3편이 덤, <악령 비>

<악령 비> Вий/ Viy

1967년

감독 게오르기 크로파초프, 콘스탄친 예로쇼프

상영시간 71분

화면포맷 4:3 스탠더드

음성포맷 DD 5.1

자막 한국어, 러시아어, 영어

출시사 스펙트럼(1장)

<악령 비>는 <외투> <검찰관>으로 잘 알려진 니콜라이 고골리의 원작을 영화화한 보기 드문 러시아산 공포영화다. 오래전 <마녀 전설>이란 제목으로 비디오가 출시되기도 했던 이 영화는 그 희귀성 때문에라도 한번쯤 찾아서 볼 가치가 있다. DVD에는 희귀도로 따지면 더한 부록들이 수록되어 타이틀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바로 3편의 초창기 러시아 공포영화로, 비록 단축된 하이라이트판이기는 하지만 당시 러시아 공포영화의 수준을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악령 비>와 마찬가지로 고골리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초상화>(1915, 맨 왼쪽)에서는 마치 사다코의 원형을 보는 듯한 소름끼치는 그림 속의 유령을 만날 수 있고, <스페이드의 여왕>(1916, 푸슈킨 원작, 왼쪽 두 번째·세 번째)에서는 도박과 일확천금에 눈이 먼 한 장교의 인생이 파멸되어가는 과정이 묘사된다. 또한 <의기양양 사탄>(1917, 왼쪽 네 번째)에서는 악마가 인간 세상에 내려와 저지르는 온갖 심술궂은 악행을 지켜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무성영화를 감상할 때 들을 수 있는 적당히 고른 음악 대신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를 입힌 것이 오래된 영화 특유의 흑백 화면과 어우러져 묘한 정서를 자아낸다. 이 작품들을 비롯하여 부록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꼼꼼하게 정리된 관련 데이터는 작품의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그 자체로 훌륭한 역사의 증거가 된다(맨 오른쪽). 80여년 전의 무성영화들까지 소중하게 담은 이 타이틀을 보면 불과 20여년 전의 영화들조차 제대로 찾아볼 수 없는 한국영화 DVD의 현실이 새삼 씁쓸하게 다가온다.

김송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