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어 있더라’는 말은 자본주의 대중문화의 한 단면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사 어디 로또복권 같기만 하겠는가. 미국 록 밴드 R.E.M.은, 시소로 말하자면 ‘한방에 뜬’ 스타들의 반대편에 앉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980년 결성된 R.E.M.은 꾸준히 대학가와 클럽을 중심으로 공연하고 인디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발매하며 인디 신의 스타로 발돋움하여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이상적 경로’를 보여준 밴드다. 1990년대 초반 국제적인 ‘거물’이 된 동시에 후배들로부터 ‘얼터너티브의 원조’이자 모범적인 선배 밴드로 존경받는 ‘해피엔딩’을 누리기도 하고.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1990년대 후반부터 음반에 대한 호응이 감소하고 1997년에는 드러머 빌 베리가 밴드를 그만두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럼에도 남은 이들만으로, 언제나 그랬듯 부단한 음악적 여정을 유지해온 R.E.M.이 통산 13집인 <Around The Sun>을 발표했다. 전체적인 인상은 차분하다. 기타는 정갈하게 전개되고 피아노는 명징하게 반짝이며 마이클 스타이프의 보컬은 특유의 비음 섞인 음성을 중저음으로 들려준다. 후렴에서 노래는 금방 귀에 익는 선율로 흐르고 악기들은 풍성해지지만 좀체 오버하지 않는다. <Leaving New York>을 비롯해 <Make It All Okay> 등이 그런 경우다. 일렉트로닉한 느낌을 주는 <Electron Blue>나 마이클 스타이프가 “예-예-예-예-” 하며 한 옥타브 비약하는 <The Ascent of Man>도 한 꺼풀 벗겨보면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이번 음반에선 드물게 피터 벅(기타)의 오른손이 바삐 움직이는 <Final Straw>나 중간 이상의 템포인 몇 안 되는 곡 중 하나인 <Aftermath> <Wanderlust>도 예전 같았으면 특유의 흥겹게 찰랑이는 쟁글 팝 스타일로 편곡되었을 것이다.
R.E.M.의 디스코그래피에 정통한 이들이라면 이 음반을 두고 ‘메트로놈을 더 느리게 한 <Automatic for the People>(1992)’ 같다고 말할 것 같다. <Everybody Hurts>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듣기에 무리없는 반면, R.E.M.식 쟁글 팝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밋밋하고 활기없게 느껴질 공산이 크다. 글쎄, 후자의 경우라도 큐팁(Q-Tip)이 게스트로 랩을 피처링한 <The Outsiders>에서는 반복 버튼을 누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