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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시비 붙은 한국판 ‘퀴어 아이’, <체인징 유>
권은주 2004-11-11

4인의 MC가 변신 돕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체인징유>, 논란 중에도 인기 상승

‘까놓고’ 말해 논란의 소지는 다분하다. 미국의 인기프로그램 <퀴어 아이>를 벤치마킹했고(연출을 맡은 이충용 PD가 방영에 앞서 벤치마킹 사실을 미리 말하긴 했지만), 변신시켜야 할 대상만 바뀔 뿐 똑같은 구성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지난 7월 파일럿 프로그램이 방송된 이후 9월 개편과 함께 정규편성이 결정됐고, ‘화요일 7시’라는 프라임 시간대까지 꿰찼다. “이런 오락프로그램을 키워주는 이유가 뭡니까?” 어찌 보면 의견이 분분할 만도 하다.

지난 10월12일 첫 전파를 탄 SBS <체인징유>는 ‘변신’을 소재로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여성 진행자 4인방이 사연이 있는 의뢰인(주로 부부 또는 연인)을 선정, 변신을 도와준다. 요리프로그램 진행 경험이 있는 최화정이 요리와 매너를, 슈퍼모델 이소라가 뷰티를, 패션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한 이혜영이 패션을,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러브하우스’로 낯익은 디자이너 남궁선이 인테리어를 맡는다.

이충용 PD는 “의뢰인의 외모나 상황을 전문가들이 나서서 바꿔주는 보편적인 포맷을 한국인의 감성에 맞게 적용시킨 프로그램”이라며 “재미, 정보, 그보다 더한 감동을 전할 수 있는 한국적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한국적인 리얼리티’에 걸맞게 <체인징유>는 이런 유의 프로그램치곤 다소 소박한 편이다. ‘변신’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단 그 작은 변화로 인한 ‘감동’에 초점을 맞춘다. ‘일에 찌든 남편을 기쁘게 해주세요.’ ‘잘 씻지 않는 남편의 버릇을 고쳐주세요.’ 그 감동도 지극히 평범하다. 이 PD는 “진행자들이 그들의 집에 찾아가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집안 곳곳을 뒤지는(?) 것도 그런 그들을 좀더 기쁘게 해주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기획의도와는 달리 <체인징유>에 대한 논란은 뜨겁다. 바로 미국의 인기프로그램 <퀴어 아이>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는 것(미국 NBC가 운영하는 케이블 채널 <브라보TV>에서 지난해 7월부터 방영된 프로그램으로 패션, 뷰티, 인테리어, 음식, 문화 등 각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는 5명의 게이가 출연해 평범한 남성의 스타일을 바꿔준다. 국내에서는 캐치온에서 소개된 뒤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인기를 모았었다). “게이 대신 여성이고 5명 대신 4명이라는 것 외에는 다른 게 뭐냐. 심지어 자막처리, 화면구성까지 똑같다”는 질타가 연일 게시판을 장식한다.

이 PD는 “<퀴어 아이>를 참고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포맷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세계적으로도 수없이 많다”며 “프로그램이 자리잡지 않은 상태라 그런 느낌이 더 강한 것 같다”며 좀더 지켜봐주기를 당부한다.

더불어 MC들의 자질론도 도마에 올랐다. “남궁선을 제외한 이들을 전문가라 내세울 수 있느냐”,“미장원엘 데려가고 의류매장에서 옷을 골라주는 따위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식의 불평들이 조금씩 거론되고 있는 것. 최화정은 “우리는 그들을 전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전문가가 아니다. 같은 입장에서 그들을 도와주고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 ‘내 경험으론 이게 좋았어’ 등 기름칠 해주는 조언자일 뿐이다”라며 “솔직한 조언을 위해 처음엔 건방지다는 말을 들은 것도 사실이다. 옷장을 들여다보며 ‘아니, 아직도 이런 옷을 갖고 있어요?’ 하는 식이니까”라고 자신들을 향한 시선에 답한다.

앞에서도 말했듯 이 프로그램에 대한 ‘표절론’이나 ‘자질론’이 틀린 말은 아니다. 제작진들의 의도가 어떻든 일단 보이는 부분에선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생각’인 건 맞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이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건 섣부르다. 논란 속에서도 꾸준한 시청률을 유지해온 데는 <체인징유>가 갖는 남다른 의미도 존재한다.

바로 남자 진행자들이 판을 치는 오락프로그램에서 유일하게 여성 진행자만을 기용했다는 점이다. 남성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여성을 내세우거나, 보조 진행자로 얼굴 한번 내비치던 기존 프로그램과는 달리 <체인징유>는 철저히 여성의 시각에서 남성을 움직인다.

이소라는 “출연하는 남성의 외모, 성격 등 모든 것은 우리의 잣대에 의해 평가된다. 너무 주관적이라는 단점도 있겠지만 프로그램 자체를 우리가 이끌어 나간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라며 “그래서인지 남자친구를 변화시켜달라는 의견이 많다고 말한다.

이 PD 역시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여성의 관심사가 주된 소재가 되고 진행도 여성이 주도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이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여성이 뒤흔드는 예능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그러니, 프로그램이 계속되는 한 논란은 끊이지 않겠지만 조금만 더 여유를 두고 지켜보는 포용성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남지은/ <스카이라이프> 기자 myviollet@hani.co.kr

시청자 불만에 대한 PD의 변

“불황인데 사소한 기쁨을 주고 싶었어요”표절시비와 자질논란을 제외하고도 <체인징유>에 대한 불만은 또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체인징유> 게시판을 가장 많이 물들인 베스트3를 따로 모아봤다. 그리고 이충용 PD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체인징유>는 도대체 왜, 그런 것인가요?”

왜 불쌍하지도 않은 이를 도와주나? 이 불평 정말 많이 들었다. 왜 ‘잘’은 아니지만 ‘그래도 잘’사는 이들을 도와주고 있냐고. 한데 방송이 꼭 불쌍한 사람만 도와줘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러브하우스’처럼 만들었다면 아무 ‘딴죽’을 걸지 않았겠지. 경기도 힘든데 일상에 찌든 이들의 사소한 고민을 해결하고 사소한 기쁨을 주는 것도 괜찮지 않나? 그런 명분만 따지는 거 이 프로그램 만들면서 제일 부담스럽다.

MC들이 너무 화려한 거 아닌가? 세련된 MC들의 모습이 의뢰인과 너무 동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많다. 초창기라 그런 점들은 인정한다. 일단 ‘변신’시켜주는 진행자인 만큼 보여주는 부분도 어느 정도 신경써야 하니까. 그런 건 차차 신경쓰려고 생각 중이다. 지금은 분야별로 확실한 구획정리가 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매회, 아이템에 따라 분야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것을 이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 집에 있는 것들을 주로 이용한다. 인테리어의 경우는 새로 사는 소품 거의 없다. 집에 있는 것으로 꾸며준다. 그래서 인테리어의 변화가 너무 ‘소심’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헤어나 메이크업에서 그런 점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집에 있는 화장품으로 화장하고, 집에서 머리를 자를 수는 없으니까. 대신 어울리는 것과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비결들을 꼼꼼하게 알려주고 있다. 초반이라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위해 재미있는 부분을 부각시키다보니 그런 의견들이 더 많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