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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돌려줘?

투덜양, <S다이어리>를 보고 지니의 되다만 복수극에 실망하다

<싱글즈>의 나난, <내 남자의 로맨스>의 현주에 이어 로맨틱코미디가 ‘즐겨찾기’에 등록시킨 ‘아홉수’의 지니. 그녀의 상태는 선배 아홉수들보다 훨씬 좋지 않다. 색색깔 연필과 그림으로 가득 찬 지니의 일기장을 보는 순간, 두 번째 남자친구의 집에서 열심히 숙제를 대신 해주고 있는 그녀를 보는 순간, 직감했다. 연애라는 정글에서 지니가 그다지 경쟁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걸.

수많은 연애 관련 서적을 보고, 주변에서 색색깔의 연애질이 진행되는 걸 보고, 나 역시 크고 작은 연애의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깨달았다. 연애에 있어서 자기희생이 보장받는 건 로맨스영화에서밖에 없다는 사실을. 원색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비싼 밥 뜯고 선물 뜯는 ‘삥’ 정신으로 무장한 여자는 자신이 원하는 남자도 ‘뜯어낼’ 수 있지만 남자가 신다 벗어던진 양말이나 빨고 있다가는 구멍나서 버려지는 양말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순정은 다 어디로 간 거냐고?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지니는 자신을 떠난 옛 남자친구들에게 복수를 감행한다. 좋은 일이다. 일찍이 에바 헬러 선생께서 ‘복수한 다음에 인생을 즐기자’고 설파했듯이 공과 과를 나눠 그 대가를 확실하게 치르는 것은 연애뿐 아니라 세상사 모든 일을 마무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의 지니 여기서 또 삑사리다. 웬 여관비? 스무살 딸의 성생활을 존중하는 멋진 엄마를 둔 지니에게 어쩌면 이다지도 모전녀전이 전혀 없는가 말이다. 물론 나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렴’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알량하게 여관비라니, 남자친구 숙제하는 데 들어간 노동력과 영계 친구 따라가기 위해 들어간 의상비, 코디비용, 실연 뒤 겪은 정신적 외상에 손해배상은 다 어디로 가고 우리의 지니는 자신의 연애질을 침대머리 송사로만 축소시켜 스스로를 ‘공짜 여자’로 깎아내리는지 참으로 한심하다.

삑사리의 압권은 가까스로 받아낸 보상금을 돌려주는 마지막이다. 엄청난 에너지와 돈을 들여(그 많은 비아그라는 다 땅에서 캐냈냐?) 나름 이룬 성취를 왜 지니는 내다버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니의 문제는 바로 이거다. 자신이 쏟아부은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 그러니 복수한 다음에도 그녀는 인생을 즐기지 못하고 질질 짤 수밖에 없으며 남자들에게는 잉여의 애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지니는 색연필로 일기장에다 그림이나 그리며 살다가 늙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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