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포르노의 경계 사이에 여성을 아슬아슬하게 배치시키며 논쟁거리를 양산해온 카트린 브레이야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최근작 <지옥의 체험>에선 꼬마들의 성희롱 장면을 통해 남성은 태생적으로 여성을 게임처럼 즐겨왔다고 규정짓기도 한다. 감독 자신의 친언니에 대한 기억과 실제 발생했던 강간살인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팻 걸>은 제작되었는데, 여기서 감독은 사랑에 관한 환상을 버린 팻 걸에게만 살 권리를 부여하며 우리에게 또 한번 꿈깨라고 말한다. 국내 출시 DVD는 PAL 소스를 토대로 제작되어 스피드-업 현상으로 러닝타임이 82분30초인데 속도차를 감안하면 86분의 언커트 필름버전과 동일하다(이로써 우린 마지막 강간신을 삭제하고 DVD 출시한 영국보다도 나은 감상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최근 발매된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에 포함된 메이킹 다큐나 감독과의 인터뷰 그리고 DTS 5.1 채널은 지원되지 않지만 국내판 DVD엔 평론가 심영섭의 브레이야 감독과 페미니즘에 관한 90분 분량의 강의가 담겨 차별화가 되고 있다. 컴퓨터로 감상시 영상에 인터레이스가 보이기도 하니 DVD 드라이버의 비디오 설정을 bob으로 조정한 뒤 감상하는 것이 좋다. 화질은 영국판이나 크라이테리언판에 비해 많이 떨어지지만 감상에 큰 지장은 없다. 다만 매끄럽지 못한 번역이 상당히 거슬린다. 감독의 팬들은 <팻 걸>에서 페르난도나 강간을 범한 남자가 <로망스>에서의 폴과 같이 처단당하지 않는다고 상심할 필요는 없다. 감독은 16살 프랑스 소년을 30대 영국 여성이 하룻밤 동안 갖고 노는 다음 영화 <짧은 횡단>에서 남녀간의 역할을 180도 전도해 남성에게 복수를 하기 때문이다. <팻 걸>의 제작과정을 재구성한 영화 <섹스 이즈 코미디>도 곧 DVD 발매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