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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장애인영화제 자원봉사자 홍현주
글·사진 김도훈 2004-11-04

“장애인들의 영화에 대한 욕구, 이제야 알겠다”

어느 영화제가 그렇지 않겠냐마는 특히나 제5회 장애인영화제는 자원봉사자들의 노고가 큰 행사다. 그런데 수화통역요원과 장애인 보조요원들이 노란 티셔츠를 입고 바삐 뛰어다니는 현장의 뜨거움 속에서도 홍현주(28)씨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 장애인들에게 영화관람 보조기기들을 대여해주는 일을 맡은 그는 4일간 한자리를 우직하게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밥먹으러 가는 것도 보지 못했다). 연신 찾아오는 장애인 관객에게 기기의 효능을 설명하고 시연하는 모습이 무척 능숙한 그는 현재 한양대 행정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

어떻게 장애인영화제에 참여하게 되었나.

친구가 장애인영화제에서 일하는 직원이어서 영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면 지금 대여해주는 기기들도 처음 보는 것들인가.

처음엔 이런 기기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장애인들도 기기들의 도움을 받아서 충분히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참 기쁘다. 사실 처음에 장애인영화제라는 말을 들었을 땐 그저 지체장애인들만 머릿속에 떠올랐다. 휠체어를 타고 영화를 보러 가거나 하는 이들 말이다. 그런데 영화제에 참여하고서 나서야 비로소 시청각장애인들의 영화에 대한 욕구를 알게 되었다. 처음엔 왜 이렇게 한국영화만을 상영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을 다 이해하게 되었다.

여기 계속 있으면 개인적으로도 친해지는 장애인 관객이 있을 법도 한데.

그런 경우는 없지만 4일 내내 오시는 분도 있고 1, 2, 3회 연달아 보시는 분들도 있더라. 기기 빌려드리다보면 그런 분들은 눈에 띄니까.

‘장애인영화광’들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장애인영화광’이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몸이 불편해서 어쩔 수 없이 하루 종일 집에서 영화를 보는 분도 계시겠지만. 영화를 본다는 것이 장애인들에게 그리 쉬운 경험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기를 대여해주다보면 장애인들이 고마워한다거나 뭐 그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없나.

그런 질문이 제일 싫더라. (기자가 당황해하자) 참, 한 청각장애인이 “듣고, 느끼고, 보고. 삼박자가 맞아서 참 좋았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무척 기쁜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도 참가할 예정인가.

지금 학생이고, 내년엔 4학년이라 참가할 수 있을 거라 장담은 못한다. 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꼭 다시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