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흑백 102분
감독 김수용
출연 김진규, 서승희, 김승호, 황정순, 남정임
EBS 11월7일(일) 밤 12시
김수용 감독의 영화 <망향>은 북송 재일동포들을 주인공으로 한 다소 특이한 소재의 반공영화이다. 주인공 김진규의 아들인 가즈오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해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소년의 시선에서 본 북송과정과 북한에서의 생활 등이 그려진다. 당시 국영TV였던 KBS의 연속극 <여기 비극이 있다>가 원작인 이 영화는 초호화 캐스팅에 촬영 전조명, 조감독 조문진, 이원세, 각본 김강윤 등의 막강 김수용 사단에 의해 만들어졌다. 사업에 실패한 사장 김진규와 일본인 아내 서승희(그는 이 작품으로 데뷔한 실제 재일동포이다), 그 밑에서 일하던 홀아비 김승호와 딸 남정임, 사기꾼 부부 김희갑과 황정순, 인생 실패자 장민호 등 일본사회에서 홀대받으며 뿌리내리지 못하던 동포들이 지긋지긋한 일본을 떠나 지상낙원으로 선전된 꿈의 땅이자 조국인 북한으로 귀국(!)하지만, 그 역시 북한의 기만전술이었음을 보여주고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북한으로 들어가기 전 꿈에 부푼 주인공들이 조금씩 마수에 말려들어가고 있음을 암시하는 장치와 대사들을 계속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의 중반, 주인공들이 북송선을 타고 청진항에 내리는 장면부터는 이제 그들에게 닥칠 암운을 암시하는 음악과 함께 탄광촌에서 강제노동과 인간 이하의 대접으로 핍박받는 삶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킨다. 결국 영화의 종반, 북송동포들은 아주 조직적인 계획하에 북한 땅을 탈출하여 남쪽으로 향한다. 다소 특이한 반공영화 <망향>에는 다큐멘터리 <해녀 양씨>에서 기록된 북송과정의 영화적 재연이 있고, 신기하게도 영화 곳곳에서 별다른 망설임의 흔적 없이 등장하는 인공기 장면, 또 너무도 전형적인 공산당원 캐릭터 및 나약하기만 하다가 막판엔 아주 치밀하고 조직적인 탈출을 감행하는 주인공들이 있다.
정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