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하트 <Miss Chocolate>과 플라스틱 피플 <Travelling in the Blue>
대중음악은 기술이 아니다. 물론 표현의 기교가 중요한 건 대중음악이라고 예외는 아니지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형상화하는 한도 내에서다. 줄리아 하트의 싱글 <Miss Chocolate>과 플라스틱 피플의 미니 음반(EP) <Travelling in the Blue>는 기교적으로 허술한 반면, 풋풋하고 알토란 같은 속살을 보여준다. 줄리아 하트는 언니네 이발관에서 ‘황금의 멜로디 콤비’로 활약한 정대욱(기타, 보컬)이 결성한 밴드이고, 플라스틱 피플은 음악잡지 기자 출신인 김민규(보컬, 기타)가 메리 고 라운드 해체 뒤 윤주미(보컬, 드럼)와 결성한 밴드다. 줄리아 하트는 영화 <후야유>에 삽입된 <오르골>로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도 있을 듯.
줄리아 하트의 싱글은 문학적이고 예민한 낭만적 소년의 감성을 간직한 대학생이 블로그에 ‘이웃공개’로 올린 포스트를 몰래 엿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경쾌한 리듬의 <Miss Chocolate>은 마라카스나 귀로 같은 악기를 첨가하면 더 흥이 날 만한 정겨운 곡이고, <가벼운 숨결>은 투박하고 직선적인 기타가 두드러지는 인디 기타 록 넘버이며,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서>는 다소 닭살이 돋을 수도 있는 화사한 사랑 노래이다. 마찬가지로 소박하고 서정적인 플라스틱 피플의 음악은 상대적으로 감성이 절제되어 있고 사운드는 어쿠스틱하다. 한마디로 다 자란 문학청년 같다. 줄리아 하트의 음악이 틴에이지 팬클럽에 맞닿아 있다면, 플라스틱 피플의 음악은 요 라 텡고나 벨 앤 세바스찬, 더 거슬러올라가 1960년대 포크 록에 젖줄을 대고 있다. 동요 <어린 음악대>를 들을 때처럼 고적대 흉내라도 내며 어디론가 따라가고 싶게 하는 <의욕 가득한 하루>, 엘리엇 스미스의 곡에 기타 노이즈를 살짝 양념친 듯한 <밤의 바깥>, 맑고 수줍은 윤주미의 음색이 몽상적인 상념의 세계로 인도하는 <사거리 연가>와 <미열> 같은 곡들을 들으면 따뜻한 위로를 받은 것처럼 훈훈해진다.이 음반들은 두 밴드의 정규 2집의 예고편이라 할 수 있는데, 전작들에 비해 짜임새가 좋아지고 한뼘씩 성장한 면모를 보여준다. 줄리아 하트는 ‘멜로디 빼면 시체’란 평가의 부정적 측면을 꽤 상쇄한 듯하고, 플라스틱 피플은 꾸밈없이 수수하다는 뜻의 ‘질박하다’는 단어를 온전히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 성공한 듯하다. 경우에 따라 프로페셔널리즘의 반면교사로 삼을 수도 있겠고.
이용우/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