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신비한 물체> Mysterious Object at Noon
2000년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상영시간 85분
화면포맷 1.66:1 비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타이어
자막 영어
출시사 플렉시필름(영국)
<렌쿠 애니메이션: 겨울날> 連句アニメション 冬の日
2003년
감독 가와모토 기하치로 외 34명
상영시간 39분
화면포맷 4:3
음성포맷 DD 2.0 일본어
자막 일본어
출시사 이마지카(일본)
<다섯가지 장애물> De Fem benspænd
2003년
감독 요헨 레스 & 라스 폰 트리에
상영시간 87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덴마크어
자막 영어
출시사 코치로버(미국)
제9회 부산영화제에서 설화에 토대를 둔 <열대병>의 갑작스런 후반부 전개에 관객이 당혹한 모양이지만 (나는 <열대병>을 보지 못했다) 전작인 <정오의 신비한 물체>에서 감독은 같은 방식을 이미 보여주었다. 즉 <정오의…>는 ‘신비한 물체’와 ‘정오’의 두 부분으로 극명하게 나뉘는 영화였다. 그런데 <정오의…>가 밴쿠버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예가 있지만 릴레이 방식의 작품 만들기가 문학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취화선>에도 나오지만 여럿이 함께 초현실주의적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 프랑스에도 있어왔고 이것을 영화방식으로 사용한 사람이 아핏차퐁이다. 감독은 직접 마을주민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따라 ‘장애인 학생과 선생의 이야기’가 스스로 흘러가게끔 방치해둔다. 그래서 이 영화의 장르는 드라마로 시작해서 판타지로 넘어가다가 외계인과 호랑이가 등장하는 SF와 호러무비로 끝나게 된다. 영화를 보다보면 구전되는 이야기가 설화로 발전되는 신비한 과정도 경험할 수 있다.
아핏차퐁의 방식을 애니메이션으로 기획한 사람도 있다. 퍼펫애니의 대가 가와모토 기하치로 역시 릴레이방식의 그림 그리기에서 영감을 받아 연작 <하이쿠인 렌쿠>를 34명의 감독들과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옮겼다. DVD는 영어자막조차 지원되지 않지만 부산영화제서 <겨울날>을 본 관객은 한글자막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 것이다. 그러나 <겨울날>은 노르슈테인부터 포야르까지 현존하는 최고 애니 작가들의 솜씨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작품이다.
라스 폰 트리에와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요헨 레스 감독은 조금 다른 방식의 공동작업으로 <다섯가지 장애물>을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 선보였다. 이 영화는 폰 트리에가 던진 화두에 따라 레스가 연출하는, 두 사람에 의한 5편의 단편 연작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레스를 ‘완벽한’에서 ‘인간적’인 상태로 끌어내리고자 폰 트리에는 악마적 장애물을 던지지만 레스는 번번이 숙제를 아름답게 해결한다(롱테이크를 즐기는 감독에게 0.5초마다 편집해야 함을 지시하는 심보는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폰 트리에는 수신자를 자신으로 한 장문의 편지를 적고 그걸 레스로 하여금 읽게 만드는데 그 때문에 마지막 에피소드는 폰 트리에 자신의 독백 및 자기반성일 수도, 레스에 대한 바람일 수도 있다. 대화부재의 시대에 이들 작품들에 담긴, 외부와 소통하고자 하는 감독들의 화술이 놀랍기만 하다. <정오의…> DVD에는 감독과의 인터뷰가, <겨울날>에는 부산영화제서도 선보였던 메이킹 다큐가, <다섯가지 장애물>에는 작품의 토대가 된 레스의 67년 단편 <완벽한 인간>이 각각 포함되어 있다. 조성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