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때로 예술이 삶보다 거창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을 보면 삶이 그 위대한 자리를 쉽사리 내줄 것 같진 않다. <취한 말들을…>에서 무엇을 느꼈든 그것을 보통의 영화적 경험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꼬마가 병든 형을 안은 채 말을 끌고 국경을 넘을 때, 우린 영화적 장치를 모두 잊고 그들의 현실로 뛰어들게 된다. 근래 이란영화가 미소와 진실과 행복이 아닌 슬픔과 현실과 고통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그러나 꼬마들에게 닥친 험난한 환경에 같이 넋놓고 슬퍼할 순 없는 노릇이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가사처럼 그곳 사람들은 삶과 죽음 앞에서 매번 불가사의한 힘을 보여준다. 그걸 삶에 대한 단순한 낙관이라 부를 순 없다. 그러니 ‘국경을 넘은 아이가 수술에 성공했을까’ 같은 궁금증은 영화 속에 묻어버려야 한다. 그보다 중요한 건 소년의 삶에 대한 의지이며, 남은 자는 삶을 이어갈 거란 사실이다. 안타까운 건 바흐만 고바디를 포함한 이란 감독들이 대규모로 동원된 군중을 통해 장관을 연출하는 데 힘을 쏟고 있으며, 강요된 슬픔의 강도가 점점 커져간다는 점이다. 우리가 이란영화를 찾는 이유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다. 결국 돋보이는 건 미니멀한 세계로 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일 수밖에 없다. DVD의 영상이 조금 뿌옇긴 해도 대형 모니터가 아니라면 무난하게 감상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의 영화강의가 80여분 담겨 있으며, 텍스트로 된 쿠르드족과 캐릭터 소개 등이 부록으로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