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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한국영화에는 연극 분위기가 있었지! <무영탑>
이승훈( PD) 2004-10-28

1957년 흑백 119분

감독 신상옥 출연 최은희, 곽건, 한은진

EBS 10월31일(일) 밤 12시

현진건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신상옥의 <무영탑>은 석가탑을 완성한 부여 출신 석공 아사달과 아사녀의 설화에 기초한 작품이다. 영화는 통일신라 시대 경덕왕 10년 4월 초파일에 불국사의 다보탑을 완성한 석공을 왕이 칭찬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부여 출신 석공 아사달이 왕을 배알하고 있을 때 왕을 따라 온 무리 중에 중신 유종의 딸 구슬아기(최은희)는 첫눈에 아사달에게 마음이 끌린다. 사랑하는 아내 아사녀(한은진)를 멀리 부여에 두고 온 아사달은 빨리 나머지 석가탑을 완성하고 아사녀를 만나러 가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다가 과로로 쓰러진다. 아사달을 보러 수시로 불국사에 오던 구슬아기는 쓰러진 아사달을 구하고, 지극정성을 다해 결국 아사달과의 사랑을 확인한다. 한편, 부여에서 남편을 보러 달려 온 아사녀는 스님의 제지로 절 앞의 그림자못(影池)에서 석가탑의 그림자가 보일 때까지 기다리지만, 남편이 구슬아기와 사랑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영지에 빠져 죽는다.

영화는 아사달과 아사녀의 사랑 외에도 구슬아기와 아사달의 사랑, 구슬아기를 흠모하는 금성, 정혼자 경신 등을 등장시켜 삼각관계, 사각관계로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이 작품은 신상옥 감독의 오랜 영화동지인 이형표 감독이 각색했고, 최경옥 촬영감독, 강대진 조감독 등 당시 쟁쟁했던 스탭들이 모여 만든 작품이다. 세트 촬영장면에선 연극적인 분위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초기 한국영화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옥희 같은 억양으로 대사하는 구슬아기 최은희의 50년대 말투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