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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와 색채의 공포, <딥 레드>

Profondo Rosso 1975년

감독 다리오 아르젠토 출연 데이비드 헤밍스

EBS 10월30일(토) 밤 12시

다리오 아르젠토는 1970년대에 만든 <서스페리아>를 통해 이탈리아 공포영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초자연적 현상이 자주 등장하는 그의 영화는 <서스페리아>에서 하나의 원형처럼 제시되기도 했다. 사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화가 정밀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우연한 계기를 통해 살인 사건에 얽히는 인물들, 그리고 심리적 공포를 강조하기는 하지만 영화 속 미스터리는 별로 복잡하지 않다. 사건발생과 해결이라는 단순한 구조를 반복하곤 한다. 다리오 아르젠토 영화는 이야기보다 특정 이미지와 색채를 강조하곤 하는데 <딥 레드> 역시 흡사한 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한 영매가 어느 살인자의 생각을 읽어낸다. 그러나 영매는 어느 날 밤, 끔찍한 방식으로 살해되고 만다. 영국인 마크는 살인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신문기자 자나와 함께 사건의 비밀을 조금씩 캐기 시작한다. 새로운 사건이 이어지고 주인공들이 사건을 풀어내는 실마리를 얻어나가는 동안, 미스터리의 열쇠를 쥔 사람들이 한명씩 살해당한다. 살인자가 두려움 없이 계속해서 새로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마크는 살인자가 자기 주위에 있음을 느끼고 방향을 잡고 주변을 조사해나간다. 결국 정신병적 살인마의 정체는 뜻밖의 인물임이 밝혀진다.

다리오 아르젠토는 “나는 테크놀로지의 시적 부분을 좋아한다. 기술의 발전은 감독에게 영감을 주는 원천에 다름 아니다. 새로운 카메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테크놀로지와 연출 스타일을 조화시키려는 그의 연출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될 것이다. 영화 <딥 레드>에서 부각되는 것은 영화 스타일이다. 번쩍이는 칼날과 가죽 장갑, 부서진 유리 조각, 미친 인형 등은 작품에 서늘한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영화에선 붉은빛의 모티브가 강조되고 있다. 사람의 피에서 붉은 커튼에 이르기까지 장면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붉은 색채는 영화에서 기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딥 레드>는 이후 만들어진 <인페르노>와 <페노미넌> <스탕달 신드롬>만큼 흥미롭지는 않지만 히치콕을 연상케하는 관음증 모티브, 그리고 정신분열의 양상을 보이는 인물을 통해 유별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컬트팬이라면 관심을 보일 만한 영화가 될 것이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