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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골방 소년’이 선사하는 평온한 단잠, 몽구스

소년은 지루하다. 도시에 살거나 시골에 살거나 다를 바 없이. 물 좋기로 유명한 하천과 평야를 끼고 있는, 사과나무가 가로수로 서 있는 충북 충주시 달천동. 음악으로 지루함을 달래던 두 ‘골방 소년’에게 시골교회는 근사한 연습실 겸 스튜디오가, 보잘것없는 키보드와 드럼은 더할 나위 없는 놀이 도구이자 표현 도구가 돼주었다. 4트랙 녹음기로 투박하게 갈무리한 그 기록들(자가 제작 뒤 소량 배포한 데모 음반들)이 재편집과 가공, 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쳐 정식 발매되었다. 몽구스(mongoose)란 밴드명으로 나온 음반 <Early Hits of the Mongoose>가 그것.

몽구(키보드, 보컬)와 링구(드럼)의 2인조 편성으로 빚어낸 음원들에 바탕한 수록곡들은 전기 기타가 리드하는 일반적인 록 음악과는 거리가 있다. 이펙트를 거친 생톤이 아닌 보컬은 다른 악기들 사이로 부유하고, 사운드를 리드하는 키보드는 전자적이지만 아날로그의 감성을 간직한 채 몽환적으로 흐르며, 드럼은 빠르거나 느리게 파닥거린다. ‘초기 히트곡들’이란 음반 제목을 애교로 웃어넘기고 CD를 재생시키면, 저 너머 아스라하게 어린아이 웃음소리, 교회당 건반, 노랫소리 등이 흘러나온다(<Prophet Dance>). 마치 ‘여기 담긴 곡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녹음된 것’이란 짧은 소개처럼. <Tetris>와 <The Private Paper of July>는 미국 인디 팝/록 밴드 요 라 텡고(Yo La Tengo)의 팬이라면 살갑게 귀기울일만한 곡들로, 음반의 대체적인 분위기를 엿보고 싶다면 먼저 들어볼 만하다.

<Dancing Is Not a Crime, Crying Is a Crime>은 신나면서 몽롱한 ‘골방 소년’식 댄스 넘버이고, 알싸하고 촌스러운 키보드와 이펙트 건 보컬이 심하게 울렁이는 <Cooley Valley Bully Chi-Chi>와 <Skql qhadmf aksskek>(나비 봄을 만나다)는 사이키델릭 넘버. 특히 후자의 경우 초기 산울림(김창완보다는 김창훈의 곡)을 떠올리게 하는데, 곡을 리드하는 베이스는 이펙트를 먹여 터질 듯 리드미컬하게 치고 나오고 전기 기타는 그뒤에서 칼칼하게 사각거리며 드럼의 스틱은 부지런히 북과 심벌을 오가고 보컬은 주문처럼 흩어진다. 그렇게 달천동 골방 소년들이 자아내는 무드에 젖다보면 12곡의 수록곡이 모두 끝나고, 단잠을 잔 것 같은 평온함과 정적이 깃든다. 지루하고 부박한 일상은 곧 다시 엄습하겠지만.

이용우/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