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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절은 지겹다는 거 아이가, <우리 형>

투덜군, <친구>와 <똥개>를 계승하는 <우리 형>의 ‘형제애’에 감탄하다

원래 좋은 노래도 2절까지만이라고, 적당할 때 끊고 나오는 지혜가 상실되었을 때 어떠한 재앙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우리는 이미 본의 아닌 코미디계의 기린아 <연인>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재앙 앞에서, 또다시 ‘3절까지 뽕을 뽑는’ 우를 범하고 있는 영화가 있었으니 그 영화 바로 <우리 형>이다. 다들 알다시피 이 영화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설립한 영화사 ‘진인사필름’의 최신작으로서, 누가 같은 패밀리영화 아니랄까봐 거의 ‘<친구> 주니어 버전’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부산말로 깔려드는 1인칭 내레이션에서부터 강력한 <친구>성을 풍기고 들어가는 이 영화. 그 내레이션의 여운은 곧바로 원빈의 장동건적 부산말로 센터링받아짐으로써, <친구>의 정통성을 계승한 적자는 오로지 자신뿐임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들어간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했던 것. 단추 몇개 풀어젖힌 옛날 교복을 껄렁껄렁 걸치고, 학교 내 토호들의 발흥을 일거에 제압하며 ‘통’의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는 원빈의 캐릭터는 이미 ‘어디서 많이 본’ 수준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그렇다면 원빈이 로컬 조폭에게 스카우트되어 조폭의 길을 걸으며 갈등을 때린다거나, 누군가가 비 억수로 오는 날에 슬로모션으로 피 질질 흘리며 장렬히 전사하는 설정이 등장하리라는 건 거의 구구단 7단 다음 8단 나오는 것과도 같은 수순에 다름 아닐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야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왜 재수생 조직원 나부랑이 하나 응징하려고 조직의 보스께서 비 억수로 퍼붓는 날 친히 납셨는지, 왜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현대인데 주인공들은 옛날 교복에 옛날 추리닝을 입고 돌아다녔으며, 이미 80년대 초에 멸종된 것으로 학계에 보고된 바 있는 문학서클 시 낭송회 같은 걸 하고 돌아다녔는지 말이다. 그 미스터리의 해답은 오직 하나다. 그것은 <친구>와의 호형호제를 위한 애달픈 충정의 발로였던 것이다.

그걸 꼭 3절까지 우려먹어야 하는가라는 지탄을 감수하며 <친구> <똥개>, 두 형님의 바통을 이어받아 굳건히 자신의 혈통을 이어나간 <우리형>. 미처 그 깊은 속을 헤아리지 못한 멍청한 필자가 ‘이 영화의 형제애, 너무 억지스럽고 작위적인데…’라고 우매한 투덜거림을 날리던 순간, 바로 그 순간에도 <우리형>은 이미 숭고한 형제애를 말없이 구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형제애.”

그렇다. 그것은 서로의 모습을 무척이나 많이 닮은 영화들 사이의 끈끈한 형제애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덧붙여서 이 글을 읽으신 독자들 중 ‘이거 좀 심한 스포일러 아냐?’라고 항의하실 분 많으실 줄로 안다. 그렇다면 필자, 기왕 시작한 김에 마지막으로 스포일러 하나 제대로 적고 끝내겠다. 이 주소로 한 번 가보시길. http://www.ddanzi.com/ddanziilbo/2/2_s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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