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DVD > Inside DVD
진짜+허구 ‘유쾌한 상상’, <셰익스피어 인 러브>

<셰익스피어 인 러브> Shakespeare in Love

1998년

감독 존 매든

상영시간 124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DTS 5.1 영어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유니버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활기 넘치는 시대극으로서는 <톰 존스>(1963) 이후 처음으로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시대극을 사랑하는 아카데미도 보통 원했던 건 고상한 드라마였으니, 우리가 시대와 의상과 유령의 무게에 먼저 눌리는 데는 이유가 없지 않다. 하지만 로저 에버트가 ‘명화극장과 멜 브룩스 사이의 경연장’을 언급했던 것처럼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엘리자베스 시대의 분위기를 한껏 내다가도 어느 순간 능청스럽게 거짓부렁을 이야기한다. 이미 <햄릿>의 발칙한 판본 <로젠크렌츠와 길든스턴은 죽었다>를 선보인 바 있는 톰 스토파드는 마크 노먼의 초고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접한 뒤, 아예 셰익스피어를 주인공으로 하는 유쾌한 상상을 펼친다. 가장 유명하면서도 정작 미스터리에 둘러싸인 인물 아니던가. 그 작업이 즐거웠음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셰익스피어(조셉 파인즈)와 바이올라(기네스 팰트로)로 각각 대표되는 진짜와 허구의 세계는 두 사람이 교대로 깨어났다가 잠드는 순간마다 서로를 위협하고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위대한 이야기꾼의 숨겨진 거짓 이야기를 완벽하게 구축한다. 거기에 희곡을 쓰고 연극을 만드는 자의 신경쇠약이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풍자하면서 실제 삶과 허구와 영화는 한몸이 된다(악명 높은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과 영국 연극무대 출신인 존 매든 사이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한데, DVD 부록 중 삭제장면에서 그 익살맞은 증거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마냥 유쾌한 코미디인 것만은 아니다. 피카레스크 소설을 부모로 둔 <톰 존스>와 달리,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기본적으로 러브스토리다. 삶을 폭풍처럼 뒤흔들어 작가의 재능을 찾아주고, 글이 강처럼 흐르게 만드는 건 바로 사랑이다. 얼렁뚱땅 희극이 될 뻔한 <로미오와 해적의 왕 에델>이 사랑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화할 때, 연극은 한편 소네트가 되어 관객의 마음을 환희로 가득 채운다. 영화 속 관객이 영락없이 여자인 남장 여인에게 속아준 것처럼, 우리가 가짜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넘어가는 건 바로 그 감동 때문이다. 영화 속에 담긴 수많은 인용과 유머를 다 이해할 수는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새로 출시된 <셰익스피어 인 러브> DVD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업그레이드된 한글자막이다. 완벽한 번역을 기대하기 힘든 영화지만, 기존 출시판의 형편없는 번역이 많이 고쳐졌고, 두개의 음성해설과 부가영상에 지원되는 한글자막도 반갑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