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매켄드릭이 연출하고 윌리엄 로즈(미국인인 그는 당시 영국에서 활동했다)가 원작과 각본을 겸한 <레이디 킬러>(1955)를 먼저 보는 게 낫다. 그래야 폴린 카엘이 극찬한 영국판 <레이디 킬러>와 짐 호버먼이 투덜댄 미국판 <레이디 킬러>의 차이를 알 수 있을 테니깐. 갱스터와 코미디와 표현주의가 산뜻하게 결합된 일링 스튜디오산 코미디는 미국으로 건너와 지루한 영화로 변했다. 런던 외곽의 어둡고 허름한 공간과 한적하고 깔끔한 미시시피 델타의 간극은 생각보다 컸고, 영국 블랙코미디의 알싸한 홍차 맛을 본 사람에게 미국 남부 코미디는 달디단 호박죽 혹은 기름진 버터로 느껴진다. 설상가상으로 톰 행크스와 그 일당의 느끼한 연기는 기이하고 저열한 모습의 알렉 기네스와 귀여운 할머니 케이티 존스의 조합에 댈 바가 못 된다. 코언 형제는 여기에 마리오 모니첼리의 <마돈나가의 빅딜>부터 우디 앨런의 <스몰 타임 크룩스>에 이르는, 멍청한 일당의 벽 뚫는 이야기를 가져와보고, 후반부엔 블랙코미디로 분위기를 애써 이끌어도 보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듣기 좋은 블루스와 가스펠도 어차피 재탕이다. 코언 형제가 감독이란 직함을 공식적으로 나란히 올린 첫 작품인 <레이디 킬러>는 그렇게 첫 실패작이 됐다. 그들의 전공 장르였으니 아이러니랄밖에. 흑인 할머니를 죽이기엔 그들이 너무 도덕적인 인물이 되어버린 것일까? DVD의 영상과 소리는 좋다. 지독하게 웃기면서 폭력적인 NG장면 모음이 있으며, 극중 등장하는 고악기의 제작자에 관한 영상물이 특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