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The Smiths). 모리시라는 이름은 언제나 스미스라는 이름을 불러온다. 1982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결성해 5년간 활동한 스미스는 ‘모리시의 촌철살인 노랫말과 로맨틱한 보컬, 자니 마의 징글 쟁글 기타와 발랄하면서도 아련한 악곡’으로 1980년대 영국 (인디) 팝/록의 대명사격인 밴드다. 이들은 동시대 예쁘장한 용모를 앞세운 신시사이저 음악과 근육질 가득한 메탈 음악의 범람 속에서 글자 그대로 ‘얼터너티브’했다. ‘1980년대 미국에 R. E. M.이 있었다면 영국에는 스미스가 있었다’는 말이 나온 건 그런 맥락에서다.
모리시의 일곱 번째 솔로 앨범이자 7년 만의 신작인 <You Are the Quarry>가 내외의 호평 속에 최근 라이선스 발매되었다. ‘미국 애증가’ <America Is Not The World>, ‘영국 애증가’ <Irish Blood, English Heart>, 대담하게도 자신과 예수의 ‘상호 고백성사’인 <I Have Forgiven Jesus>가 음반의 첫머리를 강렬하게 장식한다. 기실 모리시의 장기인 이런 풍자와 위트는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노래하는 다른 곡들에서도 질감만 다를 뿐 변함없이 구사된다.
음악적으로 이번 음반은 좋은 평가를 받았던 3집 <Your Arsenal>(1992)과 4집 <Vauxhall and I>(1994)에 가깝고, 블링크 182 등의 음반에 관여해온 프로듀서 제리 핀의 손길 때문인지 전기 기타가 강조된 모던한 사운드가 특징적이다. 첫 싱글 <Irish Blood, English Heart>는 ‘정적인 버스(verse)에 이어 펑크에 가깝게 작렬하는 코러스(chorus)’로 진행하는데, 강렬한 사운드에도 비약없이 자신의 페이스대로 노래하는 모리시의 보컬이 인상적이다. 어느 중남미 갱에 대한 이야기인 <First of the Gang to Die>는 예의 ‘스미스-모리시풍’의 곡으로 오랜 팬들뿐만 아니라 처음 듣는 이들에게도 ‘한귀’에 꽂힐 만한 기타 팝이다.
더이상 좋을 수 없는 모리시의 가창은 감성의 풍부한 표정을 선사하며, 10년 넘게 손발을 맞춰온 세션 연주자 앨레인 화이트(기타), 게리 데이(베이스)와의 호흡도 안정감을 준다. 스미스의 인식표 격이었던 미저러블리즘(miserablism)의 연장선에서 드라마틱하게 빚어진 마지막 곡 <You Know I Couldn’t Last>는 음반의 백미이자, 이 음반이 ‘스미스-모리시’ 음악의 입문 타이틀로도 손색없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는 곡이다. 모리시가 오랜만에 겨눈 ‘표적’(quarry)은 결국 마지막에 보기 좋게 명중된 것 같다.
이용우/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