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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의 왕 차오 감독
2004-10-13

엄격한, 너무나 엄격한 뚝심

<낮과 밤>의 감독 왕 차오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엄격한 영화의 형식만큼이나 얼굴에서도 뚝심이 묻어난다. 두터운 안경, 그 안의 가느다란 눈, 굳게 다문 입술, 짧은 머리(여러분도 한 번 더 눈여겨 보시라!). 일단 한 번 터져나온 목소리는 어찌나 큰지 왠만한 주변 잡음은 모두 그 아래로 잠긴다. 같은 북경아카데미의 동료 지아 장커의 작품이라도 비판할 점은 확실하게 하고, 자신의 영화에 대한 비판에는 분명하게 반박한다. 강인함이 저절로 반사된다. 하긴, <안양의 고아>같은 영화는 아무나 선뜻 만들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의 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영화의 뚝심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그 자신이 여러 해를 거쳐 경험한 하층민 생활과 힘든 노동의 흔적들이 있다. 그것이 그 영화를 지탱하는 기초가 되었다. 그런 그가 이번 부산영화제에는 "인간 내면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낮과 밤>으로 왔다.

그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징벌로 회귀를 거듭하는 시지프스와도 같은 인물"이다. 그 인물을 통해 왕 차오는 "사회의 외부가 변해도 인간의 내면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 본 왕 차오는 지금 그것이 끝나자마자 또 다른 고민을 한다. 자기 자신에게 질문의 화살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 "물론 나는 한때 노동자였지만, 영화감독인 지금은 중산계급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안양의 고아>나 <낮과 밤>이 타인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었다면, 그 다음 영화는 나 자신의 감정에 대한 것"이 될 거라고 한다. 자기를 성찰하면서 사는 감독은 잘 망가지지 않는다. 다 거기에 희망이 있는 것 아니겠나.

글=정한석 사진=조석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