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BIFF Daily > 9회(2004) > 오늘의 영화제 소식
<미치고 싶을 때>의 주연 시벨 케킬리
2004-10-11

길거리 캐스팅이 내 인생을 바꿨다

<미치고 싶을 때>의 주연 시벨 케킬리는 매우 들뜬 모습이었다. 인터뷰 직전 무대인사를 마친 그녀는 영화티켓을 내밀면서 사인을 요청하는 관객들에게 둘러싸였고, “아마도 생애 단 한번 뿐일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미치고 싶을 때>는 젊은 터키계 여인 시벨이 같은 혈통을 가진 중년 남자와 계약결혼을 하면서 시작되는 독특하고 쓸쓸한 사랑이야기다. 시벨 케킬리는 시청에서 일하다가 터키계 여자를 찾아 길거리에 나온 캐스팅 디렉터를 만나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뒤늦게 포르노 영화 출연 경력이 폭로되기는 했지만 연기 경험이 없던 그녀는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내가 내 인생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자문했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배우가 됐고, 심하게 굴곡 많은 연기를 진정한 공감을 가지고 해냈다.

터키계 부모 밑에서 태어난 시벨 케킬리는 보수적인 가족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하는 영화 속 시벨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남자친구와 결혼할 뻔한 적이 있다. 그래서 집을 나왔는데, 마음대로 춤추고 술마시고 파티에 가는 자유를 누렸다. 영화 속에서 내가 생기있어 보인다면 그 경험을 되살렸기 때문일 것이다.” 시벨 케킬리는 ‘배드 보이’로 악명 높은 상대 배우 비롤 위넬을 달래며 촬영을 하느라 고생을 했지만, 더 큰 고생은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고스란히 캐릭터에 쏟아부으면서 느낀 고통이었다. 그녀는 시벨이 거리 남자들에게 얻어맞는 연기를 하면서 직접 겪은 일인 것처럼 진짜 실성한 듯 웃고 진짜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코미디에서 비극으로, 성숙한 작별로 이어지는 <미치고 싶을 때>와 함께 성숙해갔다.

스물 세살 밖에 되지 않은 시벨 케킬리는 그때문인지 어른스러운 시선으로 사랑을 바라보았다. “인생이 그런 것처럼 영화도 해피엔드가 아닐 수 있다. <미치고 싶을 때>는 해피엔드는 아니지만,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끌어안기보다 떠나보내는 게 더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시벨 케킬리는 <미치고 싶을 때>의 감독 파티 아킨이 시나리오를 쓴 코미디 <케밥 커넥션>에서 “다행스럽게도 터키계가 아닌 이탈리아계 여자로” 출연할 예정이다.

글=김현정 사진=조석환